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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선고… 여성단체 "정의 없는 나라"

탄식과 박수 엇갈려…여성단체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
"법원, 위력과 2차피해 외면…끝까지 싸울 것"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08-14 13:12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자신의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33)를 성폭행했다는 혐의(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전 전 충남지사(53·불구속)가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선고의 순간 재판정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14일 오전 10시30분 열린 안 전 지사의 선고공판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위력의 행사를 증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 측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씨를 지원해온 '안희정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포함한 여성계는 선고 결과에 크게 반발했다. 공대위는 재판부의 결정을 규탄하며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의가 없는 나라다" vs "지사님 힘내세요"

이날 오전 10시30분 재판 3시간 전부터 재판정 앞은 방청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송모씨(46·여)는 "오전 7시45분에 왔는데 이미 7시20분에 방청권 배부가 끝났다더라"고 말했다.
재판 전부터 법원 주변은 안 전 지사와 김씨를 각각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양분됐다.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재판정 밖에서라도 지사님을 응원할 것"이라며 자리를 지켰다. 반면 김씨 측 지지자들은 안 전 지사가 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안희정은 사과하라" "당신이 행사한 건 위력이다" 등을 외쳤다.

검은색 옷을 입고 법정에 등장한 김씨는 재판 내내 피고인석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전면을 응시했다. 안 전 지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본 뒤 시선을 아래쪽으로 유지하고 재판에 임했다.

재판부가 선고문을 읽어 내려가며 재판의 결론이 '안 전 지사 무죄' 쪽으로 기울자 방청석에는 깊은 한숨과 탄식이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 한 여성은 "정말 정의가 없는 나라다, 너무한다"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은 법정 밖에서 박수를 치는 한편 "지사님, 힘내세요"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선고 직후 조용히 퇴정했고, 안 전 지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법정 밖으로 빠져나왔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피해자 엄청난 2차 피해 시달려…위력 외면한 재판부 규탄"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2018.8.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2018.8.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재판 과정에서 김씨를 지원해온 공대위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은밀하고 악랄하게 이뤄졌는데 이를 들여다봐야 하는 게 사법부의 몫"이라며 "피해자가 수백장의 조서로 말해온 현실에 재판부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히 진술해야 했고 (성폭행 당시를) 계속 기억하고 떠올리고 말했어야 했다"며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와 무게감에 대한 고민 없이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만 치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씨가 받은 '2차 피해'도 문제삼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김현영씨는 "안 전 지사와 김씨는 동원 가능한 자원이 완전히 달랐다"며 "안 전 지사는 가족까지 동원해 자신의 의사표현을 충분히 했고 그 과정에서 김씨는 엄청난 2차 피해를 겪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장윤정 변호사가 김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김씨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했을 때 어쩌면 미리 예고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며 "부당한 결과에 굴복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서 안 전 지사의 범죄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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