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한 관광객이 생체정보인식시스템을 이용해 출발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뒤편에 신원 확인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줄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2018.08.14/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
14일 오전 항공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항공권을 미리 발급받은 고지연씨(31·제주)는 제주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탑승길에 올랐다. 휴가철이다 보니 출발장 앞은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고씨는 생체정보를 미리 등록해둔 덕에 기다림 없이 탑승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먼저 모바일 항공권의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휴대폰 뒷자리를 입력하자 첫 번째 문이 열렸고, 손바닥을 펼쳐 정맥을 인식시키자 두 번째 문이 열리면서 곧바로 보안검색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출발장에는 여전히 수십명의 이용객이 줄을 서 있었지만 고씨의 탑승수속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공항공사는 탑승수속 간소화를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에 도입한 생체정보인식시스템 등록자 수가 13일자로 10만21명을 기록하자 이날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14일 오전 한 관광객이 생체정보인식시스템을 이용해 출발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0814/뉴스1 © News1 |
제주에 관광을 왔다가 생체정보를 등록하면서 10만명 기념 이용객으로 뽑힌 최혜림(34·인천)·하승규씨(34·인천) 부부는 "애엄마들은 애들 여권은 챙겨놓고 정작 본인 신분증을 안 챙겨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스템이 유용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친구와 함께 생체정보 등록을 마친 서미환씨(29·울산)는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마치 하이패스를 얻게 된 것 같다"면서 "제주공항과 김포공항뿐 아니라 김해공항에서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QR코드를 찍으러 향한 김태원씨(40·제주)는 "업무상 제주와 김포를 자주 오가는데 석달 전부터 생체정보로만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며 "예전 같으면 성수기라서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광주를 한달에 2~3번씩 오간다는 강원진씨(57·제주) 역시 "올봄부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 없이 드나들 수 있어서 편리하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14일 오전 한 제주도민이 생체정보인식시스템을 이용해 출발장 안으로 향하고 있다. 2018.0814/뉴스1 © News1 |
반면 생체정보가 유출되거나 위·변조될 경우를 우려해 이용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다.
출발장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장은희씨(43‧경기)는 "내 생체정보를 기계에 등록한다는 게 꺼림칙하다"며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바닥을 찍고 통과하는 이용객들을 넌지시 바라보던 김인환씨(52‧서울)는 "오늘에서야 팻말을 보고 생체정보인식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익숙치 않아서 이용을 안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내 정보가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안심하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도입 목적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신분증 분실로 항공편을 탑승하지 못하는 여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있지만 육안으로 신분 확인을 할 때 발생하는 인적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37만 명으로, 운영 개시일 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최근 들어서는 일평균 약 2800명이 이용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전국 주요 공항 어디에서 출발해도 생체정보와 탑승권만으로 항공기 탑승이 가능하도록 김해와 대구, 청주, 광주 등에도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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