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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의 꿈' 제주 '블록체인 특구' 될까…ICO 허용 딜레마

8일 혁신성장회의서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 지정 요청
정부 전향적 검토…'규제샌드박스형' 지역혁신성장특구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8-08-08 18:44 송고 | 2018-08-08 21:59 최종수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성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8.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성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8.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제주도가 블록체인(block chain) 특구 지정을 정부에 건의한 가운데,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특구가 조성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 가속을 위해 특구 지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한 자금 모집을 불허하는 등 현행 암호화폐 규제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디지털 공공거래 장부다. 시스템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제3자가 거래를 보증하지 않고도 거래 당사자끼리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만든 시스템이다.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다면 블록체인 기업들의 활동이 보장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정부와 함께 신속하게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모델 구현을 해 나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기 바란다"며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망라된 블록체인이 제주도에 혁신성장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특구 지정 시기는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법 통과 등) 전향적으로 추진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건은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암호화폐 규제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암호화폐 공개투자(ICO)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올해 1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 투자자들의 은행 계좌입금도 전면 차단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열풍이 일었던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꺾인 상황이다. 

정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은 신성장 기술이지만 암호화폐 거래는 투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시각은 세제혜택에서도 드러난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18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성장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30∼40%)에 블록체인 기술을 새롭게 포함한 바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8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성장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8.8.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8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성장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18.8.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블록체인 특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은 블록체인이라는 순수 기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의 암호화폐 규제 방침과 크게 엇나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가 이날 발표한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구상을 보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원 지사는 "암호화폐를 통해서만 블록체인 영역의 인재와 기업, 거래소 등의 유관기업들이 모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빠른 수용으로 한국을 글로벌 생태계의 핵심 리딩 그룹으로 만들고 혁신적 도전에 따른 보상 인센티브로서 암호화폐가 국내 및 글로벌에 통합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인식으로는 블록체인 특구도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보는 정부 시각에 문제가 있다"며 "블록체인 특구의 핵심은 암호화폐 공개투자(ICO) 허용 여부다. 그게 안되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ICO는 사업자가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불법이지만 스위스, 싱가포르, 몰타 등 이미 블록체인 특구가 있는 해외에선 활발히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차근히 단계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까지는 특구 지정과 관련한 지자체 수요를 파악하고,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지역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특구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은 한층 속도가 실릴 전망이다. 제주의 경우 '규제샌드박스형 지역혁신성장특구' 지정이 검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 이후 특구 참여기업에 대한 R&D, 실증사업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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