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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장대비 뚫고 이재용 만나 "광화문서 춤이라도"

이재용 "폭염 달래는 폭우" 발언으로 부총리에 덕담
김동연 "삼성은 대표주자"…고 이병철 회고할 책 선물

(평택=뉴스1) 김혜지 기자 | 2018-08-06 20:18 송고 | 2018-08-07 11:26 최종수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18.8.6/뉴스1

"올해 일자리가 20만개 나오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광화문 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간절함을 토로했다.

대기업과의 소통, 규제혁신 등 갖은 노력으로 최근의 고용 한파를 타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취임 이후 첫 번째 삼성 간담회를 위해 평택 삼성 캠퍼스에 도착했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정문 앞에서 이 부회장으로부터 마중을 받은 김 부총리는 "어제 오셨으면 피곤하시겠다"면서 전날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 부회장의 컨디션을 챙겼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위안은 김 부총리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아침부터 내린 장대비를 뚫고 온 김 부총리에게 "(날씨가) 좋은 징조 같다. 습도가 95%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된 무더위를 달랜 폭우가 오히려 희망의 전조라는 덕담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삼성 방문에 앞서 '대기업에 투자를 구걸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이례적인 대(對)언론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김 부총리에게 곧 있을 간담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건넨 것이다.

실제 김 부총리는 이후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올 때 폭우가 쏟아져서 빗길을 뚫고 왔는데 거의 다 오니까 개인 날씨가 됐다"며 "(이 부회장이) 날씨가 좋은 징조라고 해주셔서 기뻤다"고 사의를 표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간담회장까지 이어졌다. 김 부총리가 "삼성은 우리 경제 대표주자"라며 "정부와 기업 사이 간극을 좁히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이 부회장은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표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삼성은 '부총리 투자 구걸론'을 의식하듯 당초 예상된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은 신산업·청년 일자리·벤처기업 투자지원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의 소통 노력에 부응하려 했다.

김 부총리도 방명록에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송을 받으며 고개 숙여 악수하고 있다. 2018.8.6/뉴스1

삼성은 간담회에서 바이오 산업과 관련한 규제해소를 건의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투자·육성하기 위해서다.

또 평택 반도체 공장의 3~4라인 건설에 필요한 전력확충 애로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이 국내 반도체 추가 투자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러한 건의를 접수해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간담회가 순조로운 분위기 속에 끝나자 두 사람은 오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식사 중이던 임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혁신성장과 투자·고용 등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톨스토이 단편선'과 자신이 쓴 책 '있는 자리 흩뜨리기'를 선물했다. 그중 톨스토이의 단편선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착안한 선물로, 젊은 이병철이 집안 노비 30여명을 천민신분에서 상민으로 풀어 주도록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김 부총리는 간담회 중에도 이병철 창업자의 '호암자전' 내용을 수차례 언급하며 삼성의 경영철학과 역할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이 창업자의 뜻을 본받아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이어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이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한파 해소에 매진하는 김 부총리와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부총리는 "(이번 삼성 방문을) 기업의 투자나 고용에 대한 간섭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올해 일자리 증가 목표를 (32만개에서) 18만개로 줄였는데 실제로는 20만개로 나오면 뭔들 못할까. 광화문 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에 투자 등을 종용하는 것은 제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삼성 간담회를 비롯한 일련의 대기업 방문은 세간이 추측하는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닌,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간절함의 표시라는 호소다.

기재부 관계자는 "광화문에서 춤을 추겠다는 말은 부총리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현"이라면서 "그만큼 기재부는 우리 경제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총리와 삼성의 소통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 측 간담회 참석자가 평택 공장이 아닌 다른 공장도 방문해 달라고 제안했으며 부총리도 흔쾌히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기회가 되면 방문하겠다 말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10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고용 계획을 철회하지 않은 채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다.


ice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