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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개입 의혹' 고영한 퇴임…"역사적 평가 짊어질 것"(종합)

김창석 "사법 신뢰 무분멸하게 훼손되는 건 막아야"
김신 "밤을 낮처럼 일해…양심 어긴 재판 없었다"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18-08-01 11:53 송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고영한 대법관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8.8.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고영한 대법관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8.8.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했다는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이부분에 이르면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은 여느 때와 같은 떠나는 사람의 홀가분함 대신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영한 대법관은 퇴임 연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고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내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땠다. 

이어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꽃 옆에서'를 인용하며 재임기간을 회고한 그는 "대법관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한다고 했지만 인간적 한계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판결을 많이 남기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관여한 모든 판결에 대해 향후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비판과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라며 "내가 짊어질 몫"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이 주심을 맡았던 KTX 여승무원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한 간접적인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고 대법관은 사법부의 신뢰가 훼손된 데 자신은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도 사법의 권위는 지켜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의 권위가 무너진 곳에서는 법관들이 재판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내부 잘못으로 허물어진 부분은 일으켜 세우고 국민과의 깊게 파인 골은 메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며 2016년 부산 건설업자 뇌물 항소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향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창석 대법관도 이날 퇴임식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법치국가 모습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일하는 동안 분명하지 않은 정의와 자유가 충돌하는 장면을 빈번하게 마주쳤고 어떤 의견을 정의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정의 실현을 위해 희생시키는 자유나 권리 대가가 무엇인지 살펴봤다"며 "법관으로서 근본적이고도 궁극적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법원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되어야 한다"면서도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신 대법관은 "재임 기간 내내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고 밤을 낮처럼 휴일을 평일처럼 여기며 일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하여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 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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