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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해임시킬 '힘' 가진 국민연금, 경영참여 나설까

기금운용위원회 30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결
선택적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국민연금 영향력 하락 우려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18-07-30 17:33 송고 | 2018-07-30 21:44 최종수정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18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2018.7.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2018년도 제6차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며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원안에 없던 경영참여가 일부 허용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사안은 경영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를 경영계가 수용한 것이다.

대신 노동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범위와 내용 등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하자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원안에는 국민연금의 모든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사전공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원하는 것을 하나씩 주고받았다. 놓은 것보다 새롭게 쥔 카드에 더 큰 실익이 있다는 각각의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제한적 경영참여 허용과 선택적 사전공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영참여 문 연 국민연금, 주주활동의 최후 보루

기금위는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되, 예외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참여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둔 셈이다.

경영참여는 자본시장법령 154조에서 정한 △임원의 선임·해임·직무 정지 △정관 변경 △회사 자본금 변경 등을 말한다. 노동계가 원하는 것이 기업 경영 개입이 아닌 경영진 견제라는 점에서 경영참여 중에서도 '임원의 해임'이 가장 핵심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에 나설 경우 '연금사회주의' 비판이 뒤따를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 등 매우 특별한 사안에 한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능후 기금위 위원장은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금위 전체가 경영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운용의 1차 목적은 수익성"이라며 "수익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하면 6월 이내에 매도(매수)해 얻은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문을 만든 것은 국민연금의 다른 주주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이 경영진을 해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만으로도 기업활동 개선을 촉구하는 데 좋은 압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적'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국민연금 영향력 하락시킬 듯

기금위는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범위와 내용 등을 수탁자책임전문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의 모든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사전공시한다는 원안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선택'한 범위와 내용의 사전공시로 바뀐 것이다.

사전공시되는 의결권 행사 범위와 내용이 축소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실효성은 원안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사전공시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는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다른 주주가 국민연금 결정을 참고할 수 있도록 미리 정보를 제공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2017년 의결권을 행사한 총 2899건 중 반대는 373건으로 12.8% 수준이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 중 최종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7건에 불과할 만큼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이 없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실효성이 떨어지면 의결권 행사와 연결된 다른 주주활동 역시 힘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투자 기업에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등의 중점관리사안이 발생하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연계해 사건 당사자 등이 이사, 사외이사, 감사로 선임될 때 반대표를 행사하며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유명무실하면 투자기업에 중점관리사안 개선을 촉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압박책 역시 없어지게 된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가 선택적으로 이뤄지며 스튜어드십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시장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장은 "수탁자책임전문위가 결정한 사항만 사전공시한다"며 "원안보다 범위가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의결권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으로, 의결권·주주권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을 검토 또는 결정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주주권행사 분과 9명, 책임투자 분과 5명으로 나눠진다.

스튜어드십 코드(SC·Stewardship Code)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주활동을 할 때 따르는 가이드라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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