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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진보·민주의 탈 쓰고 위선 행하는 무리와 싸워야"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해리' 발표
SNS 논란 "벌거벗은 임금님한테 '벌거벗었네' 한 것"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8-07-30 14:20 송고 | 2018-07-30 14:26 최종수정
장편소설 '해리'를 발표한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장편소설 '해리'를 발표한 소설가 공지영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7.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향후 몇십년 동안 우리가 싸워야 할 악은 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그런 무리가 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감지를 이 소설로 형상화했습니다."
작가 공지영이 열두 번째 장편소설 '해리'(전2권·해냄)를 5년 만에 발표했다.

공지영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보의 탈, 민주의 탈을 쓰는 것이 예전과는 달리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작품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신작 '해리'는 9년동안 312명이 사망한 대구 희망원 사건을 주요 소재로 해 작가가 5년 동안 수집한 실화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얽혀있다.

공지영은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의 한 구절인 '밤하늘에 별을 보고 갈 수가 있고 가야만 했던 시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인용하며 "작가에게는 시대를 읽어야 하는 사명이 있고 그 시대를 읽어서 날 것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것으로 외피를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우리가 선이라고 정의라고 믿고 행하는 것, 그 대표적인 것이 가톨릭, 사제, 장애인 봉사자, 기자 그리고 수많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위선을 행함으서 새로운 형태의 돈을 모으는 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말하는 극우적 정치인보다 우리를 훨씬 더 혼란스럽게 하고, 사실은 우리가 새롭게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소설을 낳게 된 것"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공지영은 이 소설을 한마디로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이다"라고 정의했다.

소설 '해리'는 그의 전작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안개의 도시 무진을 배경으로 인터넷언론사 기자인 한이나와 책의 제목과 이름이 같은 이나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장애인 보호센터 대표 이해리, 가톨릭 무진 교구 소속 신부 백진우 등이 등장한다.

공지영은 "도가니가 (강자를 상대로 한) 싸움의 과정을 다뤘다면 해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당사자들의 위선과 거짓말을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책 제목을 '해리'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 "해리라는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둘 이상 존재해 행동을 지배하는 증상을 의미'하는 '해리성 인격 장애'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생각해 제목에 차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듯 "이 소설은 모두 허구이다. 사실에 의거해 수집한 것은 많지만 한 두 사람을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재명·김부선씨 스캔들 관련 논란에 대한 기자들에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워낙 생각도 없고 앞뒤도 잘 못가리고 해서 어리석어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나가면 '어 벌거벗었네'라고 늘 말을 한다. 그래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것 같다. 그 정도로 양해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SNS 활동으로 인해 신작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가다 맞고 있는 한 여자를 봤는데 책 발간을 앞두고 있으니 책을 발간하고 나서 저 여자를 구하자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제 책이 잘 팔린 듯 무슨 의미가 있을가 하는 생각에서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집필활동 30년에 접어든 공지영 작가는 앞으로 공상과학, 고려사, 사랑 이야기 등을 주제로 한 소설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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