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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 父 살해 아들 징역 5년

장애 있는 父 때려 사망…존속살해 아닌 폭행치사
법원 "살인의 고의성,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7-24 06: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법원이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다 폭행해 사망하게 한 아들에 대해 살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살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더라도 그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면 폭행의 고의성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A씨(28)의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 대신 존속폭행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원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뇌병변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병간호하다 스트레스 등으로 다투는 과정에서 수차례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존속살해) 등으로 기소됐다.

장기간 투병으로 뼈가 약해진 피해자는 폭행으로 인한 갈비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사망했다. 폭행 이후 A씨는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아버지를 거실 바닥에 눕히고 문을 잠근 후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범행 두 달 전에도 폭행 당하고 길에 유기된 아버지가 당시 아들의 처벌을 원했던 점, A씨가 범행 직후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챙겨 달아난 점, 문을 잠궈 아버지가 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한 점 등을 들어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A씨 측은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행은 인정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진 후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죽은 것을 알고 당황해 짐을 챙기고 문을 잠근 후 도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심은 "A씨는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갖고 잠적한 후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서로 SNS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며 "폭행 후 살아있던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폭행 당한 직후 사망했다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부검 결과도 이와 반대되지 않으며, 피해자를 갑자기 살해할 뚜렷한 동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존속살해 대신 존속폭행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는 2015~2016년 함께 여행을 다니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피해자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외출할 때도 수시로 A씨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이런 A씨에게 갑자기 살해를 결심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들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씨가 살인의 고의를 가졌다는 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지 않았고, 폭행의 고의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폭행은 흉기가 아니라 주먹이나 발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고, 뼈가 쉽게 골절될 것이라고 A씨가 예견해 이를 의도하고 폭행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당시 A씨에게 폭행의 고의를 넘어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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