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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대행업체 통한 '은밀한 리베이트'…의사 74명 재판에

연루 의사만 101명…제약사·CSO·도매상에 16억 받아
'식당 예약 결제' 갑질도…보건당국 행정처분 의뢰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7-19 06:00 송고
서울서부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서부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영양수액제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던 의사, 제약사와 영업대행업체 대표, 의약품 도매상 등 80여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부장검사 이준엽)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종합병원 의사 박모씨(58) 등 의사 7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수사단은 또 약사법 위반·배임수증재 혐의로 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유한양행 자회사 엠지(MG) 대표이사 신모씨(68) 등 임원진 3명과 제약사 영업대행업체(CSO) 대표 박모씨(43), 의약품 도매상 대표 한모씨(48)와 임직원 이모씨(61) 등 4명도 불구속기소했다.

박씨 등 의사 74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MG 영업사원, CSO, 도매상 직원들로부터 영양수액제 등 특정 의약품 10여 종을 병원에 납품하도록 힘써주는 대가로 총 16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 등 MG 임원진과 CSO 대표 박씨, 도매상 대표 한씨는 같은 기간 전국 100여개의 병원 의사들에게 현금교부, 법인카드 대여, 식당·카페 선결제 등 방법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도매상 임직원 이모씨 등 3명은 MG 영업사원들과 CSO로부터 신종 의약품 공급 청탁을 받고 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경찰청·국세청·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검찰청은 제약회사-CSO-도매상-병원 사이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정부합동수사단을 꾸리고 이번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CSO가 제약회사를 대신해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도맡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제약회사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의사와 '부당거래'를 할 수 있도록 대역을 쓴 셈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는 101명에 달했다.

(서울서부지검 제공)© News1
(서울서부지검 제공)© News1

'은밀한 거래'는 제약회사와 CSO, 도매상 사이에서 시작됐다. MG 영업사원과 CSO 사원들은 먼저 일반 병·의원에 의약품을 대는 의료품 도매상 임직원 이씨 등 3명에게 접근해 '신종 의약품을 병원에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4억원을 건넸다.

제약사-CSO-도매상이 결탁을 맺으면 CSO를 주축으로 하는 '영업'이 시작됐다. 이들은 전국 100여개의 종합병원, 중소 병·의원 소속 의사들을 찾아가 높은 판매수수료(리베이트 비율)를 제시하면서 흥정했다.

의사들은 MG의 영양수액제를 비롯해 10여종에 달하는 의약품을 병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매달 현금을 지급받거나 제약사·CSO·도매상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갑질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의사들은 제약회사 직원이나 CSO 직원들에게 '퇴근 후에 ○○음식점에 가고 싶은데, 예약하고 결제도 해놔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수사단 수사 결과, 불법 리베이트에 가담한 의사들은 주로 의약품 납품 결정권을 가진 종합병원 의국장이나 과장, 중소 병·의원 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들은 적게는 300만원 미만에서 많게는 5195만원까지 총 16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이들은 매달 50만~100만원씩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입건된 의사는 총 101명이었지만, 300만원 미만의 금품을 받은 사람 19명은 불기소 처리했다"며 "또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군 복무 중인 의사 9명도 제외됐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료인을 대상으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의사는 비록 불법성이 있더라도 '운 좋게' 처벌을 면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해외에 거주 중인 의사에 대해선 기소중지 처분을 하는 한편, 입대한 의사는 국방부로 사건을 이송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전국에 있는 다수 종합병원에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 자금을 받아 의국 운영비로 사용하는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수사단은 이번 수사 결과를 토대로 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리베이트 대상이 된 의약품의 약가인하 △요양급여 정지 △의사 면허 정지 △제약사 업무정지 등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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