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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전면에 내세운 北…외교 라인은 '외곽지원'

전례 없는 대화 국면에 '원톱형' 대화 채널 구축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8-07-18 15:20 송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2018.7.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2018.7.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워 대화 국면에 임하고 있다. 전례 없이 다각화된 대화 국면을 효율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영철의 공식 직함은 노동당 부위원장, 통일전선부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당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등이다.
북한 체제의 주요 요직에 두루 직함을 걸치고 있는 김영철은 최근 대화 국면에서 직함이 무의미할 정도의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영철의 직책을 '협상가'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김영철은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우리 측 특별사절단을 만나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의 실무자로 판을 주도한 셈이다.
김영철은 북미 회담의 핵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장관 임명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일 때부터 긴밀히 소통해온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의 공식 임명 뒤에도 카운터파트로서 나서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히 남북, 북미 대화의 주요 국면에서 김영철을 내세워 협상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달 초 통일농구 대회 참석차 방북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을 맞이한 김영철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나왔다"며 자신이 김 국무위원장의 복심이자 '입'임을 과시했다. 회담의 카운터파트, 급과 격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행보였다.

남북은 이 회동을 통해 포괄적인 남북 대화를 점검하고 판문점 선언 합의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며 대화 동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 6~7일 진행된 폼페이오-김영철 담판에서는 이틀 간 총 9시간의 협상을 직접 진행하며 북한의 대화 창구가 누구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김영철은 향후 전개될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의 다자 종전선언 논의에도 대표로 나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김영철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역사에 기록될 외교 협상가가 될 기회다.

반면 북한의 정통 외교 라인은 일련의 대화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외곽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외무성 수장인 리용호 외무상은 최근 북한 매체에서 '수행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협상의 대표로 나서기 보다는 김 국무위원장의 일련의 외교 행보를 측근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한때 폼페이오 장관의 가운터파트가 리용호로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으나 그는 폼페이오의 지난 방북 때 조용히 김영철을 '수행'할 뿐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북한 외교라인의 최근 역할은 전임 외무상이자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인 리수용의 행보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당 중심의 북한 체제에서 북한의 외교 실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리수용은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외곽 지원에만 주력하고 있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스웨덴 정부특사 면담, 쿠바·러시아·중국 방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비서실장 조너선 포웰 면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대화 국면에 대한 설명과 김 국무위원장의 정상 외교, 경제 협력 등 다각적 외교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와 협상에서 북한 외교관 중 거의 유일하게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실무급 인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다. 최선희는 이른바 북미 '워킹 그룹'의 실무자로 판문점 회담에서 미국의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합을 맞추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외교 라인이 '서포트' 모드로 움직이는 것을 북한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핵화가 핵심인 대화 국면에서 실제 협상의 전술과 전략의 상당 부분을 외무성에서 짜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리수용-리용호 외교 라인은 과거 1, 2차 남북 정상회담과는 달리 지난 4·27 정상회담에선 공식 수행원으로 참가해 주요 대화 국면에서의 입지를 분명히 보여 주기도 했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협상 채널은 전통적으로 외무성이었다"며 "외교 라인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ojib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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