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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신화'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세상으로 돌려줘야 폼나죠"

[인터뷰] 연간 10억씩 사회공헌 하는 중소기업계 '괴짜'
"지금 생각 바꾸면 미래 달라져…부자는 멋지게 쓰는 사람"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정리= 곽선미기자 | 2018-07-15 10:00 송고 | 2018-07-15 11:30 최종수정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상에서 받은 것, 세상으로 돌려주는 건 당연하죠. 그게 '폼' 나잖아요."

대한민국 대표 제화업체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57)의 말이다. 제화업계에서 '괴짜'로 통하는 김 대표는 사회공헌을 가장 많이 하는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전국 어르신 효도잔치부터 각종 강연, 군부대 우수장병 유럽연수에 이르기까지 사회공헌 분야와 내용도 다양하다. 지원액도 연간 10억원에 달한다. 그에게 사회공헌의 이유를 묻자 "한번 사는 인생 가치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이야기로 젊은이들에게 용기 주고 싶었다"

'행복 전도사' 김 대표를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바이네르 본사에서 만났다. 대담 형태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자서전 '힘들어도 괜찮아'를 출간한 이유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이 힘들어한다.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시련에 부닥쳤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이번 책은 2011년 나온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에 이은 두번째 자서전이다. 이들 책에는 넘치는 긍정 에너지로 역경을 극복해 온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힘들어도 괜찮아' 책 표지에 적힌 '영혼을 담아 최선을 다할 때 명작이 된다'는 글귀에 대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분명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며 "중졸 출신인 저도 해냈는데 못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힘든 일을 겪지 않고 세상의 멋있는 곳에 닿을 수 있겠습니까. 힘든 걸 이겨낸 자가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겁니다. 지금 발상을 전환하면 미래가 바뀝니다."
김 대표는 '흑수저의 신화'다. 17세에 구두공 일을 시작해 1994년 안토니제화를 설립했으며 2011년 이탈리아 브랜드 바이네르를 인수, 국내 1위 컴포트화(편한 구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 300억원 매출의 '강소기업'을 맨손으로 일군 것이다.

'운명'처럼 보이는 구두와의 인연은 사실 우연히 시작됐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난 때문에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고 막노동, 농사, 건축도장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건축도장 일 등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가 오면 일을 할 수 없었고 그 만큼 돈을 벌 기회가 줄었다"며 "그때 작은 아버지가 '구두 일은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 곧바로 구두공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자리에 오르기까지 탄탄대로만 놓였던 건 아니다. 시련은 곳곳에 도사렸다.첫 시련은 1990년대 초 케리부룩이라는 구두회사에서 일할 당시다.

김 대표는 "당시 케리부룩은 금강제화, 에스콰이어, 엘칸토 다음으로 국내에서 큰 회사였는데 영업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며 "당시 인천백화점이 3개월만에 우리 브랜드를 철수시킨다고 해서 월 매출 1억원을 호언장담한 뒤 결국 그걸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김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듯' 마케팅을 펼쳐 서울 내 백화점 등지에서 매출 신기록을 연이어 달성했다.

이어 "성과를 인정받아 본사 근무까지 하게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 대해 '구두 판 돈을 따로 챙겼다'는 등의 안좋은 '유언비어'가 나돌았다"며 "너무 억울하고 회사에 야속한 마음이 들어 8년 인연을 끝내고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다만 김 대표는 케리부룩에서의 경험은 결과적으로 더 큰 세상을 보게 하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더 큰 위기는 안토니제화를 설립하기 직전에 찾아왔다. 김 대표는 "당시 제가 운영하던 작은 회사 ㈜원길이 케리부룩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구두를 납품했는데 케리부룩이 부도가 나면서 덩달아 어려워졌다"고 회고했다.

눈가가 촉촉해진 김 대표는 "3~4년간 돈빌리는 기계나 다름없었다. 1년에 빚이 4억원씩 늘었다"며 "명절에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들었고 겨우 빌려서 주고 나면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차를 몰고 한강에 가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는데 '가족'이 떠올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말했다.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하면 풀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밤낮 미친 사람처럼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안토니제화'를 만들었고 '히트 상품'도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나고 보니 불경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구두가 안팔리면 불경기였습니다. 세상 탓하지 말고 세상이 원하는 구두를 만들면 불경기도 물러날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이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그가 되뇌이는 문구이기도 하다. 

◇"직원이 행복한, 나누는 기쁨아는 기업 만들 것"

이탈리아 브랜드 바이네르가 국산 브랜드가 되기까지 스토리도 드라마틱하다. 새 브랜드를 찾던 김 대표는 6개월간 끈질기게 읍소한 끝에 1996년 바이네르 브랜드 본사인 '코디바'와 로열티 없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저의 사회공헌 마인드는 로열티없이 계약을 맺어준 바이네르 창업주에게서 영향을 받은 바 크다"고 김 대표는 부연했다. 이후 2008년 유럽발 금융위기가 닥쳤고 그에게 바이네르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김 대표는 "바이네르를 인수한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이탈리아에 찾아가도 3일씩 걸리던 사람들이 내가 이탈리아에 도착할 때쯤 공항에 나와 있었다"며 "통쾌한 전세역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바이네르 본사에서는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그속에서 나(우리)도 행복하게'라는 문구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바이네르의 경영 이념이다. 김 대표는 "일하면서 서로 행복하게 일을 해야 한다"며 "큰 기업을 만들기 보다는 직원이 행복한 회사, 나누는 기쁨을 아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회사에 직원 복지용 스포츠카, 보트 등을 구비해 두고 있다. 밤낮과 무관하게 서로 마주치면 '굿모닝'이라고 인사 하는 '인사 문화'도 만들었다. 다같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래서인지 120명에 달하는 공장직원들은 장기근속자가 많은 편이다. 전국 31개 대리점의 점주들도 바이네르 본사에서 10년 이상 일한 분들이다.

바이네르는 현재 골프화·구두·스니커즈·운동화 등 2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올해 김 대표의 사업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김 대표는 "올해 브랜드의 본토인 이탈리아 매장 오픈은 물론, 동남아 진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상장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100억원 정도 사회공헌에 쓰고 싶다. 세계 각국에서 바이네르를 보고 싶다. 그걸 달성하는 순간까지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 가겠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부자는 돈을 멋지게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세상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깁시다." 김 대표가 세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인터뷰.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는 누구?

충남 당진 출신으로 17세에 구두공으로 시작해 국내 1위 컴포트화(편한구두) 기업을 일궜다. 제화업계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 받는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는 좌우명으로 매년 10억원씩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데 이어, '힘들어도 괜찮아'라는 노래를 직접 만들어 가수로 정식 음반도 내는 등 중소기업계에서 튀는 인물 중 한명이다. 2008년 국무총리 표창장, 2012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철탑산업훈장 등을 수여했다. 지난 4월에는 안양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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