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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도, 과실도…금감원, 삼성바이오 재감리 딜레마

위반평가시기 2015년→2012년, 입증 어려워져
'과실' 결론내면 신뢰성 역풍…당국 "충격 최소화"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8-07-15 08:00 송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018.7.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018.7.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재감리 요청을 금융감독원이 받아들였다. 딜레마에 빠진 듯 금감원 '표정'이 밝지 않다.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기존 감리 판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선위 사상 첫 재감리 요청…금감원 "결정 존중·수용"
애초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지분 가치가 4조5000억원 과대평가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분명한 사유 없이 회계처리 기준을 바꿈으로써 실적을 뻥튀기했고, 이것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논리다.

증선위는 이런 금감원 지적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금감원 조치안의 구체성·명확성이 떨어진다"며 "현재 조치안으로는 행정처분할 수 없어 재감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앞선 심의 과정에서 증선위는 금감원에 "2012~2014 회계연도에 대한 회계처리 적정성을 검토해 조치안을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정안에 대한 증선위와 금감원의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재감리를 결정했다는 게 증선위 설명이다.
이번 심의에 밝은 한 관계자는 "증선위는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보고 지분법으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2015년 회계처리의 잘잘못을 말하기 전에,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처음 잡은 2012년에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먼저 제시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증선위가 금감원 감리를 유보하고 재감리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감리는 금감원 회계감독의 신뢰성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증선위 판단을 존중한다"며 재감리를 수용했다. 금감원이 이번 사안을 다루면서 금융위와의 대립 구도가 더 이상 불거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는 풀이도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회계위반 시점 앞당기면 고의성 입증 어려워

이제 금감원은 새로운 회계처리 문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라도 '고의적' 회계분식이라는 기존 판단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2년부터 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처리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가정해보자. 회계처리 위반 시점은 2012년이 된다. 지난 감리에서 고의 회계분식의 목적으로 지목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3년 후인 2015년의 일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3년 뒤 일을 미리 계획하고, 고의로 분식했다는 인과(因果)를 입증해야 한다.

금감원은 앞선 특별감리에서 증선위처럼 2012년 관계사 처리 문제를 인식했지만 조치안은 2015년 위반 행위에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행위 시점을 2012년으로 하면 이처럼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감리 후 '고의'를 '과실'로 바꿔도 문제다. 금감원 감리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금감원 "재감리 신속히 진행…시장 충격 최소화할 것"

지난 13일 증선위로부터 의결 내용을 통보받은 금감원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재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신속히 재감리를 하겠다. 1~2주 내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감리 결과도 최대한 빨리 도출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재감리도 조치 과정의 연속임을 감안하면 너무 길어지는 건 회사에게도 당국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에 부담을 어떻게든 주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가 재감리를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감리 방향이나 내용 등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는다. 금감원이 알아서 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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