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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선물위의 '묘안'…금감원·삼성·감사인 모두 살렸다

삼바는 '상폐 심사' 피하고 금감원은 고의성 입증 성공
증선위도 자존심 지켜…재감리 결과 주목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8-07-12 19:04 송고 | 2018-07-12 19:05 최종수정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사안을 일단락지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 콜옵션을 2012~2015년 사업보고서에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와 대표이사를 검찰고발하고 담당 임원의 해임을 권고했다.

◇상폐심사 피한 삼바·고의성 입증한 금감원·경징계 그친 감사인

이번 심의 결과를 두고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와 금융감독원, 감사인(회계법인) 모두 살린 묘수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지 여부는 이번 분식회계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를 검찰고발했다. 현행법상 상폐심사 요건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심사를 피했다. 회계부정을 통해 순익이나 자본을 뻥튀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고발 원인이 주석 기재 사항 누락인 경우, 상폐심사를 받지 않는다.

금융감독원도 일정부분 체면을 지켰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 감리 과정에서 '고의적' 공시 누락을 입증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공시가 제대로 됐다면, 당시 바이오에피스 가치가 기존보다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문제제기 때문이다. 증선위 심의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콜옵션 누락의 고의성을 입증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감사인인 회계법인도 당장 화를 면했다. 기업의 회계처리 위반 제재는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 대한 조치를 동반한다. 감시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거다. 2012~2015 삼성바이오 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인은 증선위로부터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4년)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적립(90%) 등을 받았다. 개별 회계사는 검찰고발 조치됐지만 감사인은 경징계에 그쳤다.

◇금감원에 재감리 요청한 증선위, 자존심 지켜

증선위 자신도 살았다. 증선위는 2015년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공정가치평가를 한 것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되레 금융감독원에 '2015년 이전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조치안을 다시 만들라'며 재감리를 명령했다. 앞서 증선위는 수정 조치안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까지 나서 '원안 고수' 뜻을 거듭 밝히며 거부했다.

증선위는 회계감리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진 최고 의결기구다. 금감원은 증선위로부터 감리 진행, 조치안 작성 등 권한을 '위탁' 받은 기구다. 구조상 '상급기구'인 증선위가 '하위'인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하며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재감리 지시는) 증선위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한다.

증선위는 또한 5차례 회의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의 고의 여부와 관련해 '중과실(과실)'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콜옵션 공시누락에 대해 '고의'로 판단하면서 '검찰고발'이라는 결정을 내려 '삼성 봐주기'라는 논란에서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금감원 재감리 결과에 주목…삼성바이오는 "소송 불사"

이날 결론으로 금감원은 재감리 착수가 불가피해졌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재감리 요구는 의결기구인 증선위의 엄중한 명령"이라며 "금감원이 빠른 시일 내에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일(13일)쯤 재감리 여부 등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증선위 심의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결국 증선위의 문제의식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지분법)로 처리하는 게 맞다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재감리에서 2012년 회계처리 위반을 고의나 과실 둘 중 어느 것으로 보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그동안 금감원 감리부터 감리위, 증선위까지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했다. 증선위 심의 결과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의 모든 회계처리는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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