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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뇌물 아냐' 판단 잇따라…朴·MB 재판 영향 불가피

문고리 3인방 재판서도 '뇌물 아닌 국고손실' 판단
대가성 인정 안 돼…朴·MB 특활비 뇌물 무죄 유력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7-12 17:16 송고 | 2018-07-12 17:17 최종수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상납한 특수활동비에 대해 법원이 전직 국정원장에 이어 최측근 '문고리 3인방' 재판에서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활비를 받은 박 전 대통령, 같은 처지에 놓인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뇌물수수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1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뇌물수수 방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는 지난 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1심과 같다. 남 전 원장 등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는 무죄로 판단받았지만 국고손실 등 다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통점은 뇌물죄의 성립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부도 △지휘·감독자인 대통령에게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사실 만으로는 대통령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점(직무 관련성)과 △특활비 상납을 통해 국정원장이 얻을 이익이나 현안이 없었다는 점(대가성)을 들어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가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정원 특활비 수수가 뇌물로 인정된 사례와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국정원 특활비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경환 의원에게 1억원,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에게 4800만원을 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1350만원을 건넨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사건 뿐이다.

이들은 특정 현안의 존재와 그로 인한 직무 관련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돼 뇌물 혐의가 유죄로 선고됐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을 잘 좀 도와달라"고, 이 전 실장은 "대통령이 국정원 업무에 신경 쓰길 원했다"고 말한 바 있다. 돈을 받은 안 전 비서관도 "도움을 얻으려는 이 전 실장의 의도를 알았다"며 뇌물 혐의가 유죄로 선고됐다.

이재만(왼쪽)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호성 전 비서관(오른쪽)은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재만(왼쪽)과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호성 전 비서관(오른쪽)은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뇌물죄는 범죄의 대상이 필요한 대향범(對向犯)에 해당해서다. 뇌물을 준 사람(국정원장)과 이를 방조한 사람(문고리 3인방)이 무죄인데, 뇌물을 받은 사람만 유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대신 국고손실 혐의가 유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활비 상납 사건에서 뇌물수수 말고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업무상 횡령 등 3개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장과 문고리 3인방도 국고손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 전 대통령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등 2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도 '대통령이 요구해 국정원장이 줬다'는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구조와 비슷하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에게 3억5000여만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원이 특활비를 무죄로 선고한 논리를 똑같이 주장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측은 지난 3일 뇌물공여 사건 재판부에 '뇌물이 아니라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 것 뿐'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뇌물이 아닌 국고손실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 이상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가법은 5억원 이상의 국고손실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지휘·감독자인 대통령의 특활비 요청은 범죄를 적극 지시했다고 인정돼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과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현재 서류증거 조사 절차가 진행 중인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오는 8~9월쯤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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