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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대비했지만…'비근로시간'이라는 허점

개인 업무 때 기입하라지만 '공짜 노동시간' 악용 가능성
전문가 "'비근로시간' 법적인 개념도 아냐…논의조차 안 된 상태"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18-07-13 07:00 송고 | 2018-07-13 10:28 최종수정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첫 근무일인 2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 2018.7.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첫 근무일인 2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 2018.7.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주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지 열흘이 넘었다. 주요 기업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허점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근로시간 기입'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비근로시간'이란 말 그대로 출근 이후에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이다. 최근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들에게 이 '비근로시간'을 사내 전산망에 기입하도록 했다.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식사나 헬스장 이용을 위해 사원증을 태그하면 자동으로 시간이 카운트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근로자가 비근로시간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당장 할 일이 많아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원들은 비근로시간 항목에 은행이나 병원 등 개인 용무를 적어 놓고 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비근로시간 입력에 제한을 두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선제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삼성전자는 법적 테두리인 주 평균 40시간, 최대 52시간을 철저히 맞춘다는 방침 아래 비근로시간을 기입하도록 했다. 다만 3시간이 넘어가면 개인 용무가 아닌 편법으로 업무를 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시간근로 이용 중지 권고 요청을 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도 애초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때부터 비근로시간 제한을 같이 설정했다. 세부적인 시간은 공개할 수 없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부서에 한해 제한을 뒀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개인 용무를 업무로 바꿔서 근무할 것을 우려해 시간제한을 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채택하는 부서에 비근로시간을 기입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시간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비근로시간을 합친 회사 체류시간이 12시간 넘어갈 경우에 경고 메일이 발송된다"며 "주 단위로 비근로시간이 10시간이 넘는 직원은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일 비근로시간 제한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비근로시간을 기입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공짜 노동시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법적인 휴게시간을 제외한 비근로시간은 주 52시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개인 업무를 이유로 2시간의 비근로시간을 신청하고 그 시간에 업무를 보는 경우 그 업무는 근로시간에 산정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제한 시간마저 없으면 얼마든지 비근로시간을 통한 공짜 노동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비근로시간이 편법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연근무제 아래에서 굳이 기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연 근무제의 경우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롭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1일, 1주일의 최대 근로 제한 시간이 없고, 한 달 근로시간의 평균을 내 주 평균 40시간·최대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개인 용무가 많았다고 하더라도 업무는 그날 혹은 그 다음주에 '정식' 근로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비근로시간 기입을 도입하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도 "이런 (비근로시간)제도가 초반이라 아직 자리를 못 잡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비근로시간에 관해선 아직 논의되어야 할 부분도 많다. 박사영 노무사는 비근로시간과 관련해 "'비근로시간'이라는 개념은 법적인 용어도 아니고 최근에 등장한 것"이라며 "비근로시간을 입력하게 하는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근로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논의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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