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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토너먼트 3경기 360분, '팀 크로아티아'는 멈추지 않았다

4강서 잉글랜드 2-1로 꺾고 사상 첫 결승진출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7-12 06:07 송고
식상하지만 '투혼'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던 크로아티아의 승리다. © AFP=News1

경기 시작 후 3~4분 만에 크로아티아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크로아티아 박스 근처로 쇄도에 들어가던 잉글랜드 공격수 델레 알리가 넘어지던 순간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좋은 위치에서 잉글랜드는 프리킥 찬스를 얻었고, 그것을 키에런 트리피어가 오른발로 감아 차 크로아티아 골망을 흔들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동유럽의 마지막 희망 크로아티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의 분수령은 전반 초반에 나왔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골을 넣은 잉글랜드가 흥이 난 것은 당연하다. 16강과 8강 모두 승부차기 혈투를 거치고 온 크로아티아는 맥이 빠졌다. 크로아티아가 더 불운했던 것은, 알리에게 파울을 가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가 하필이면 전술적 기둥이자 지휘자인 루카 모드리치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비롯된 실점이 계속 신경쓰인 탓일까. '필드 위의 모차르트'로 통하는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 모드리치는 이날 명성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에 기대는 팀이 아니었다. 모드리치는 지쳤으나 팀 크로아티아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결승까지 올랐다.

크로아티아가 1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했다. 먼저 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전에 동점골, 연장후반에 역전골을 터뜨려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 만에 4강에 진출했던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아무리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지만, 이날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보여준 움직임은 '투혼'이라는 식상한 단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모드리치라는 출중한 미드필더가 중심을 잡아 준 것은 사실이나 크로아티아의 결승진출 원동력은 결국 11명의 힘이었다. © AFP=News1

크로아티아는 16강에서 덴마크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PK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개최국 러시아와 펼친 8강에서는 120분 동안 2-2로 우열을 가리지 못해 또 잔인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4PK3으로 어렵사리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미 지칠 만큼 지쳤는데 경기 시작부터 힘 빠지는 실점을 허용했으니 최악이었다. 만회골을 빠른 시간에 넣기 위해 한 발씩 더 뛰면서 에너지 소모는 더 컸다. 크로아티아의 사상 첫 결승진출 기회는 다음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설명할 수 없는 기운들이 솟아났다.

후반 초반을 넘기면서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집념에 불이 붙었다. 잉글랜드가 다소 일찍 라인을 내린 것과 맞물려 크로아티아가 공세를 높였고, 후반 23분 이반 페리시치가 기어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래도 지친 쪽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이어야 상식적인데 그들은 이마저 무시했고 결국 연장후반 3분 만주키치의 역전골로 새 역사를 창조했다.

이로써 그들은 암울했던 지난 20년을 지우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크로아티아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크로아티아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는 유럽예선을 넘지 못하 아예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크로아티아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년 동안 월드컵에서 고전했던 크로아티아는 러시아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모드리치가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사실이나 팀 전체의 힘으로 결승까지 내달렸다. 토너먼트 3경기에서 360분을 소화했다는 것은 누가 하나의 공으로 돌리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의 결승 진출은 11명이 함께 일군 열매였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