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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픈채팅 이용한 신종 '낙태 브로커 사기'…경찰 내사

연령별 다른 가격 제시…알선·수술비 명목 수백만원까지 요구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7-10 12:20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낙태가 불법인 상황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수소문하는 여성들을 노린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을 끌어들인 뒤 알선비와 수술비 명목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20대 여성 A씨는 지난 3일 친구들과 함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둘러보던 중 수상한 대화방 목록을 발견했다. 전국·경기·수도권·인천·전라 등 권역별로 개설된 5개의 대화방은 모두 '여성전문상담'이라는 제목과 '임신', '유산', '중절', '미성년자', '청소년' 등의 검색 키워드를 달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 일행은 임신중절 수술 상담을 받으려는 여성인 척하며 채팅방 개설자에게 접근했다. 상담자를 10대 여성으로 설정한 경우 알선비 60만원을, 20대 여성으로 설정한 경우 알선비 70만원과 수술비 70만원을 각각 요구했다. 임신 주수가 27주로 오래된 42세 여성으로 설정한 경우 수술비용으로만 300만원 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A씨 일행이 총 5개 대화방으로부터 얻어낸 계좌번호와 예금주명은 모두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사기가 아니냐'는 추궁을 받은 개설자는 곧 모든 대화방을 삭제했지만, A씨는 대화 내역과 계좌번호를 모두 갈무리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A씨는 신고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임신중단 방법을 알아보는 절박한 상태의 여성들에게 돈을 가로채기 위해 소개비 목적으로 돈을 미리 보내 달라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화방 목록 및 대화 내역 갈무리. © News1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내사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계좌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아 피의자가 특정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픈채팅방 개설자가 임신중절 수술 알선을 위해 산부인과와 연결 고리를 실제로 가지고 있을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소개비만 받아 챙기려 했을 경우 사기 미수 혐의를 각각 적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형법상 낙태죄 조항은 낙태한 여성이나 이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 의료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비밀리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낙태 브로커'를 찾는 여성이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라도 이같은 수법을 통해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과정을 판단해서 선처하는 쪽으로 처분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낙태죄가 존치되는 상황에서는 이같은 유형의 사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신고까지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m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