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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박 전 대통령이 '롯데 회장 그만두라' 할까봐 겁났다"

9일 항소심 공판서 “경영권 분쟁 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해 면담추진” 주장
“대통령은 경제인에 어려운 존재, 면세점 청탁 할 상황 안됐다” 억울함 호소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18-07-09 21:31 송고 | 2018-07-09 23:07 최종수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9일 뇌물공여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그룹 회장직을)'그만두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정부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던 시점인 2016년 3월 14일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면세점 특허를 청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70억원의 뇌물공여혐의 항소심 피고인 심문에서 이 같이 진술하며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면세점 청탁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경위를 묻는 재판부와 변호인의 질의에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아버지를 앞세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효자, 저는 불효자로 인식돼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존경한다고 발언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로 오해를 사고 있는 제게 대통령이 강하게 질책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2015년 7월 말부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정부의 압박을 받아왔다. 실제 그해 8월 박 전 대통령은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는 롯데그룹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15년 11월 특허 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당시 경험도 없는 기업에 뒤져 사업권을 잃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는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점심 미팅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은 경제인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롯데와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었고 거기에 (면담을 추진한) 목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묻는 재판부의 질의에 신 회장은 "대통령에게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그달 6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에게) 승리해 (분쟁이)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저의 사과에 박 전 대통령은 '아버님은 건강하시냐. 어디에 주로 계시냐'고 물어 저에 대해 마음이 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에 600억원을 지원한 것, 고용창출, 내수전망, 창조경제센터 협조 등에 대해 비로소 설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3월 16일 부산창조혁신센터 1주년 행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뉴스1
2016년 3월 16일 부산창조혁신센터 1주년 행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뉴스1

K스포츠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원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재판부 및 검찰 측의 질의에 신 회장은 "K스포츠를 지원해달라고 (박 전 대통령이) 말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면담 말미에 스포츠 사업분야 지원을 요청받았던 거 같다"며 "그러나 면세점 특허를 부탁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입사 초기 호남석유화학에 근무했는데 당시 회사가 국제빌딩에 있었다"며 "국제그룹이 당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해 공중분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할 수 없었다"고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하고 이후 정부가 면세점 특허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련의 사건 전개상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에서 면세점 청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안종점 전 수석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개장을 위한 특허 취득을 위한 1순위 설득대상으로 정했다는 점, 2016년 2월 18일 신 회장과 안 전 수석이 점심 미팅을 가진 사실, 같은 해 3월 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단독면담을 가진 점, 4월 말 관세청이 신규 특허를 추가한 것 등 여러 정황상 면세점 특허에 대한 청탁이 있었을 거라는 게 검찰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받아들여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신 회장에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피고인 심문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 심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 요청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오는 7월 23일 또는 25일 한 차례 더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선고 공판은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를 포함해 오는 10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ryup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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