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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4년마다 '개원식 감투싸움' 재방송하는 충북도의회

(청주=뉴스1) 송근섭 기자 | 2018-07-05 16:17 송고

송근섭 기자.© News1

6·13지방선거에서 충북도민의 대변자로 선택받은 제11대 충북도의회가 5일 개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4년의 임기 중 전반기(2년) 의회를 이끌어 갈 의장·부의장도 이날 동료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했다.

총 32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28석, 자유한국당 4석을 차지한 도의회는 관행대로 내부적으로 합의된 다수당 후보들이 무난하게 의장·부의장에 당선됐다.

의사진행 발언을 빌린 ‘소수당의 절규’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날 첫 본회의에서 재연됐다.

초선의 한국당 이옥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원 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일방통행과 불통의 모습에 심각한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석 뿐인 소수당으로서 의장단·상임위원장 구성 논의에서 배제된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 의원의 발언 직후 3선의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은 특정 정당의 의견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다. 의사진행과 관계없는 정치적 입장 표현이나 다른 정당·동료 의원을 폄하하는 발언은 즉시 마이크를 끄는 등 합당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개원 첫날부터 얼굴을 붉힌 여·야 의원들은 앞으로 4년간 불편한 동거(?)를 예고했다.

지방의회에 관심이 많은 도민이라면 이 같은 장면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다수당과 소수당만 바뀌었을 뿐 4년 전 제10대 충북도의회 개원식 때의 풍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31석 중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21석,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이 10석이었던 2014년 7월 7일 도의회 본회의 회의록에는 이렇게 기록이 남아 있다.

재선이었던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원구성에 대한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의장단 선거가)진행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주장했다.

4년 뒤 오늘 이옥규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김영주 의원이다.

당시 같은 새정치연합 이광희 의원도 “23년 도의회 역사상 원 구성에 합의 없이 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새누리당 소속이던 강현삼 의원이 “의사진행에 관해서만 (발언 신청을)받으세요”라고 제지에 나섰던 것이 회의록에 기록돼 있다.

8년 전에는 어땠을까.

2010년 7월 7일 제9대 도의회 첫 본회의에서 소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김양희 의원은 “이렇게 해서 어떻게 앞으로 도의원으로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연은 이랬다.

본회의 전날,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박문희 의원이 내부적으로 합의된 의장단 후보가 원만하게 선출될 수 있도록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도 협조를 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양희 의원은 이를 두고 “숫자적인 우위를 이용한 일방통행식, 명령하달식” 행태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렇듯 등장인물과 핵심 대사만 바뀌었을 뿐, 원 구성 과정에 불만을 품은 소수당의 공개 한탄과 다수당의 제지는 4년마다 되풀이돼 왔다.

그리고 의장 당선인들은 그 때마다 “소통하는 의회가 되겠다”, “역사에 기록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가 뒤바뀔 때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도민들의 기억에는 ‘소통’과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보다 ‘감투싸움’만 남을 것이다.

벌써부터 4년 뒤가 궁금해진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웃을지, 국가대표 축구팀의 월드컵 성적은 어떨지, 충북도의회 다수당·소수당의 ‘감투싸움 재방송’도 되풀이될지 말이다.


songks85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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