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최영미 시인 "여성성 안 팔아도 생존하는 사회됐으면"

'미투운동' 확산 기여 공로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악습 갑자기 사라지지 않아도 변화 감당 수준 돼"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8-07-03 15:49 송고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7.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7.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여성성을 팔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영미 시인이 3일 밝힌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 소감이다. 최 시인은 지난해 '괴물'이라는 시를 발표해 문단의 거장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했다. 이후 미투운동은 들불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번졌고, '성평등'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 시인은 이날 오후 성평등상 시상식에 앞서 서울시청 3층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언론 합동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최 시인은 잡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청탁을 받고 문단 뒤풀이 등에서 성추행을 저지르는 한 시인을 묘사한 시 ‘괴물’을 발표했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해 문단 모임에서 겪은 성추행을 고발했다. 

최 시인은 "대중적인 반응에 놀랐고, 생각해보니 타이밍이 맞은 것 같다"며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자신의 아픈 목소리를 세상에 알린 모든 여성과 미투를 지지해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7.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7.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최 시인이 시 '괴물'을 처음 공개한 때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였다. 최 시인은 "제가 쓴 시를 다 외우지 못하는데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온 시라 저절로 외워졌다"며 "친구들 중 대부분 발표하라고 했지만, 걱정하는 시인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 '말희, 명자, 윤주, 창권'과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 시인이 시 '괴물'을 발표하자 대중은 분노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폭로가 잇따라 쏟아지며 고은 시인의 작품은 교과서에서 빠지고, 서울시가 그의 서재를 본떠 만든 '만인의 방'도 철거됐다. 최 시인은 이와 관련, "복잡한 심경"이라며 "그의 시가 생명력이 있다면 교과서에서 빼든 안빼든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문화예술계부터 법조계까지 여성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고발했고,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성을 벗어나겠다는 취지의 '탈코르셋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 시인은 "오랫동안 존재했던 악습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가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며 "이 운동이 지속돼 보수적인 한국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이 성평등 문제를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최 시인은 문화예술계에서 성평등 문제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문학상 심사위원이나 문화예술계 단체장들 전부 남자"라며 "문화예술계 권력을 여성들에게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시인은 "더 이상 여성성을 팔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사회, 예를 들어 면접시험을 앞두고 성형수술이나 과도한 치장을 필요로 하는 문화가 없어지면 좋겠다"며 "외모보다는 인격과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junoo5683@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