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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 "상처받은 구성원 마음 모을 것"

[인터뷰]'첫 직선제'서 11대 총장 선출…"책임감 느껴"
"의사결정 구조 민주적으로…구성원과 소통해나갈 것"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6-30 07:00 송고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성신을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성신여대는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시스템이 많이 약화됐어요.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고치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작업을 해 나가야죠."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은 '첫 직선 총장'으로서의 각오와 과제를 묻는 질문에 "(학내 의사 결정 구조를) 예측 가능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양 신임 총장은 지난달 30일 총 53.2%의 득표율로 제11대 총장에 당선됐다. 특히 재학생들로부터 89.5%를 득표하는 등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총장 선거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뜨거웠다.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치러진 선거의 총 투표율은 55.5%로, 이중 재학생 투표율은 54.1%였다. 학내 정상화를 위한 구성원의 여망을 반영하는 높은 수치였다.

양 신임 총장은 "(학생들이) 제게 신뢰를 보여 줬다는 점에 책임감을 느끼고, 성신의 미래를 더 잘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시대적 소명 의식을 느낀다"며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높은 투표율을 보여준 학생들의 열망과 저력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다음달 1일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양 신임 총장의 취임식 이후 첫 일정은 총학생회 대신 성신여대 학생 사회를 이끌고 있는 중앙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을 만나는 일이다. 양 신임 총장은 "2학기에 있을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후보도 나오고 투표율도 높아져서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한 학생 사회의 분위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학내 민주화라는 과제는 물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 재정 확보 등의 산적한 문제를 마주한 양 신임 총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그는 "(선거 이후) '별로 바뀌는 게 없다', '오히려 발전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들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대학 민주화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발전된 모습과 미래를 보여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양보경 신임 총장과의 일문일답.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선거에서 학생 지지율이 89.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공약이나 그간의 토론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신의 미래에 대한 약속을 지켜 줄 사람이 누군지를 놓고 고민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제게 신뢰를 보여 줬다는 점에 책임감도 느끼고, 특히 학생들이 선택해줬기 때문에 성신의 미래를 더 잘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시대적 소명 의식을 느낀다.

─개교 82년 만에 처음으로 모든 학내 구성원이 직선제를 통해 뽑은 첫 총장이 되었다.
▶직선제가 간혹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모범적이다.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 등) 네 주체가 모두 참여하고, 정치적 분위기나 우연한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서 시작됐으며, 제도를 만들어 총장을 선출하기까지 마무리도 아름답게 됐다.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주목하는 것 같다. 현 총장이나 선거를 주관했던 교수대의원회, 선관위에 사례 발표를 해 달라고 특강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선거 당일 투표장을 찾은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대학생들이 학생자치를 비롯한 학내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우려가 계속 있어 왔는데, 무척 고무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투표율이 54.1%였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보여 줘서 학생들의 열망과 저력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동기부여가 되면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데 그간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열기가 지속되면서 총학생회 선거에도 반영됐으면 한다. 최근에는 달려와서 인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축하 인사를 하거나 이런 일을 해 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운정그린캠퍼스 소속 학과에 다니는 학생 한 명은 투표를 하기 위해 오전 7시에 운정캠퍼스까지 가서 투표를 했다고 한다. 복수전공 때문에 수정캠퍼스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이 꽉 차 있는데도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

─총장 직선제 실현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길었다. 학내 민주화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성신여대는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시스템이 많이 약화됐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와 행정이다. 교수 임용과 승진이 연구 업적 등 합리적 기준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고치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예측 가능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역할의 변화 등으로 인해 대학이 위기를 맞았다고들 한다.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성신여대의 특성화 방향은 어때야 할 것인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줄곧 하락해왔던 대학의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학교가 지향했던 목표와, 외부에 보이는 모습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사이의 괴리가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캠퍼스의 교육 혁신을 하려고 한다. 장점인 인문·사회·예술 계열에 더해 여성공학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강화하고 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과학 주도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인문학적 배경 없이는 과학기술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교양이나 전공에서도 공학교육이나 기초가 되는 통계, IT 등을 이수하도록 하려고 한다.

─이에 더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인지.
▶발전기금이나 기부금 확충도 물론 해야겠지만, 운정그린캠퍼스와 수정캠퍼스 등 두 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 수정캠퍼스는 연구·교육에 집중하고, 운정캠퍼스는 기업 연구소 유치, 산학협력, 국제교류, 지역협력, 학생들의 취업·창업 특성화 캠퍼스로 만들려고 한다. 다음 학기부터는 전공과 교양 과목에 취업·창업 과목을 필수로 넣으려고 한다.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행정관 총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학가 최대 현안은 취업이고, 특히 여대 출신은 사회적 차별로 인해 취업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남녀공학에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의 취업률을 비교하면 여학생이 낮다. 하지만 여학생의 역량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도 사회 구조가 성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여학생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도전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취업·창업 등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실험적 과목과 제도를 만들고자 한다.
프로젝트 장학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원하는 분야에서 마음껏 경험을 하고 학교는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어떤 프로젝트를 세워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확대하려고 한다.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남녀공학 전환과 관련한 입장은.
▶지금은 남녀공학 문제로 소모할 시간이 없다. 학교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하고, 상처받은 구성원의 마음을 모아야 하고, 10년 전보다도 부진했던 연구나 산학 등을 늘려야 하고, 재정 문제도 안정화해야 한다. 성신여대를 일단 우리나라 최대의 여대로 만드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학교에는 자기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생이 많다. 실제 모습을 알면 수험생들도 많이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은 물론 여성이 겪는 취업·임금·승진차별 등 페미니즘 이슈가 주요하게 다뤄지는 가운데 여대가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남녀공학보다는 여대에서 마음놓고 그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에는 여성학 관련 과목을 개설해달라는 요구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한다. 꼭 여성주의뿐만이 아니라 인권과 자유와 존엄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폭넓게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이 대학가를 휩쓸면서 많은 학교의 학생 사회에서 학생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인권센터(양성평등센터)를 설립하고 조사·조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교내에 다양한 상담센터가 분산되어 있다. 교과목은 교무처의 교수학습지원센터가, 교양교육은 교양교육대학에서, 학생 상담은 학생처의 학생생활상담소에서 각각 주관한다. 이를 전문 상담 기구인 '성신인권센터'로 통합해 성평등, 성폭력, 인권침해 등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전문인력을 배치해 예방, 조사, 교육, 대응을 체계화하려고 한다. 심리치료나 법률지원도 할 것이다. 중앙운영위원회 등 자치기구와 협의해 학생 모니터링단도 함께 구성할 예정이다. 모니터링단을 통해 문제 발생 소지나 학교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문제, 실제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소통해나가려 한다. 대처 방향을 설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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