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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정용진표 만물상' 삐에로쑈핑…성인숍·흡연실까지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 '역발상'
찾는 재미, 점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몰라요"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8-06-27 18:03 송고 | 2018-06-27 18:47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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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게 어딨는지(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직원들의 유니폼에 적힌 이 문구에 1초 만에 납득했다. 4만여개 상품들이 빽빽하게 진열된 가운데 '탕진잼' '득템' '슬기로운 쇼핑생활' 등 'B급 감성' 문구들과 선간판들 속에서 구매할 상품을 정해놓고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본의 돈키호테에서는 인기 상품일 경우 매장 내 여기 저기 중복으로 진열돼 있지만 삐에로 쑈핑은그렇지도 않았다. 당연히 상품이 어디 있는지 직원에게 묻지 않는 게 예의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돈키호테에 다이소·올리브영 얹은 분위기…2030 취향 저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 쑈핑'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신세계'였다. 단지 일본에서 많이 보던 매장이란 기시감은 있다. 코엑스몰 지하에 문을 연 삐에로 쑈핑에 들어서자마자 든 느낌은 '여긴 일본인데?'였다.

삐에로 쑈핑은 일본의 유명잡화점 돈키호테에 한국의 다이소, 헬스&뷰티숍과 가전양판점, 철물점과 성인숍, 주렁주렁 진열이 장기인 시장 분위기까지 섞어 놓아 '혼돈'이 가득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인사를 건네는 일본의 유명 잡화점에 다이소와 올리브영을 살짝 얹은 느낌이다.

또 '정용진표 만물상'이란 이름에 걸맞게 △과자 △와인 △맥주 △화장품 △서클렌즈 △후라이팬 △머그컵 △언더웨어 △노래방 마이크 △애견용품 △자전거 헬멧 △인형 △캐리어 △드릴과 나사 등 정말 없는 게 없었다. 심지어 피규어 판매 구역 옆으론 피규어 자판기도 한 쪽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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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진철 삐에로 쑈핑 담당 브랜드매니저(BM)는 "볼거리와 살 것이 넘치는 매장, 압축진열을 통해 재미있는 매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목적성 없는 구매라는 특징을 가진 2030세대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며 "신선식품 부분은 거의 없고 과자, 주류, 커피, 유제품, 조미료 등을 압축하고 화장품과 리빙을 주력으로 명품과 섹시 란제리, 건강식품 등 다양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삐에로 쑈핑은 총 760평 규모의 매장에 4만여가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메인 동선을 1.8m로 만들었다. 보통 대형마트의 경우 1만㎡(3,000여평)에 5만~8만가지 상품을 판매하며, 주동선 4m, 곤돌라 간 동선을 2.5m로 가져가는 것과 비교하면 상품들이 얼마나 빽빽하게 진열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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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픽미픽미' '이 가격 실화냐' 등 재치 있는 문구 가득

삐에로 쑈핑은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자체 캐릭터 4개를 개발했다. 취업준비생 마이클, 래퍼 지망생 젝손, 반려 고슴도치 빅토리아, 신원미상의 애로호 등이다. 해당 캐릭터들은 매장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B급 감성'의 재미와 스토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삐에로 쑈핑 쇼핑백에는 캐릭터들의 재미있는 표정과 함께 '약속 있을 시 방문주의,구경하다 늦을 수 있음', '목적 없이 방문주의, 예쁘고 귀여운 애정템 많이 살 수 있음' 등의 문구를 제시했다.

이처럼 삐에로 쑈핑은 '펀&크레이지'를 콘셉트로 '재미있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만물상 개념의 할인숍이다. 실제 이날 돌아본 매장에서도 곳곳에 꾸며진 재치 있는 문구들로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상품 주위론 요즘 유행어로 핫한 '가즈아'를 시작으로 '인생템' '득템' '픽미픽미' '이 가격 실화냐' '꿀이득' 등 문구가 배치됐다. 병행 수입된 명품 브랜드 가방 옆에는 '직구 언제까지 할거야' '알만한 브랜드' 등의 문구로 웃음을 자아냈다. 명품 코너에는 △로렉스 △마이클코어스 △프라다 △생로랑 △발렌티노 △펜디 △보테가베네타 등의 가방·지갑 등이 진열됐다.

삐에로 쑈핑 1호 코엑스몰 매장을 책임하는 송명진 점장은 "이마트 점포 영업팀장과 지원팀장을 거쳐와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본사에서 놓치는 디테일부분까지 챙겨서 상품 직매입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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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존 유통업체엔 잘 없던 코스프레용 가발과 복장, 파이프 담배, 흡연 액세서리도 만날 수 있었다. 지하 2층 한쪽엔 다양한 성인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성인인증존'도 마련됐다. 숍인숍으로 꾸며진 다소 위험(?)한 구역에선 'SM 엔터테이먼트 아님'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는 '19금' 상품이 가득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해 청소년의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유진철 BM은 "성인용품숍과 코스프레숍은 많이 고민을 했다"며 "가로수길 등 젊은층이 모이는 곳에 성입숀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건전한 오덕후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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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콘셉트 흡연실도 눈길…"흡엽자들의 로망 실현"

지하철을 콘셉트로 넓게 구현한 흡연실도 참신함을 뽐냈다. 지하철 객실 칸을 그대로 구현했고 창문 넘어 벽엔 서울지하철 2호선의 상징색 녹색을 적용한 '삐에로쑈핑(코엑스스타필드)'란 가상의 역명이 적혔다. 

유진철 BM은 "흡연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금연장소에서 흡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콘셉트"라며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비행기도 나왔지만 조금 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지하철을 선택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현장 직원들이 흡연실을 관리할 것"이라며 "현저하게 미성년자로 보일 경우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삐에로 쑈핑 첫 매장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1·2층(총 2513㎡(760평) 규모·옛 영풍문고 자리)에 위치했다. 별마당 도서관과도 200m 내외로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삐에로쑈핑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 할 매장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국 기념품 코너를 마련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김과 과자, 홍삼은 물론 'K-뷰티' 코너, 밥솥, 아이돌 기념품을 판매하면서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삐에로쑈핑 2호점 입지는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서울 동대문 두타 매장으로 예정됐다. 유진철 BM은 "돈키호테의 경우 작년 기준 약 370여개 매장에 연간 8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총 3개의 삐에로 쑈핑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 수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