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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트럼프의 자살골, 그래도 좋다는 미국인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8-06-27 13:00 송고 | 2018-06-27 13:48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살골을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직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와 무역전쟁을 벌인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의 명품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이 일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유럽연합(EU)이 할리 데이비슨의 오토바이에 보복 관세를 매겼기 때문이다. 

할리 데이비슨이 EU의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일부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른 칼에 미국 기업이 다친 셈이다.

할리 데이비슨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으로 이중고를 겪어 왔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10%와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할리 데이비슨의 주요 원자재가 바로 철강과 알루미늄이다. 이에 따라 할리 데이비슨은 대당 86달러의 원가 부담이 더 생겼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EU가 할리 데이비슨의 오토바이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할리 데이비슨은 EU 수출 시 6%의 관세를 부담했다. 그런데 이번 보복관세로 관세가 31%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한 대를 EU에 수출할 때마다 2200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할리 데이비슨은 일부 공장의 해외이전을 추진하게 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실직 위기에 몰린 할리 데이비슨 노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할리 데이비슨의 일부 공장 해외이전 발표 직후 공장을 직접 방문, 노동자의 반응을 스케치하는 르포기사를 실었다.

FT 갈무리
FT 갈무리

대부분 노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 한 노동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한 비즈니스맨”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살리려 했을 뿐”이라며 “보복관세를 매긴 EU가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에게 일부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직업을 잃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대부분 노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면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세계 무역관행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고 있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자살골을 넣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그 자살골마저 좋다는 것이다.

원래 미국은 세계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직접 설계하고 실현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이득을 챙겼다. 자유무역이 아니었다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원가절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미국의 소비자들이 월마트에서 그토록 싼값에 생필품을 구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어쩌다 이토록 폐쇄적인 국가가 됐을까? 중국의 급부상과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갈 데까지 간 느낌이다. 섬뜩하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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