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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역사교과서 '자유' 빠진 '민주주의' 서술(종합)

교육부, 사회·역사과목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대한민국 수립→정부 수립'…6·25 '남침'은 명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8-06-21 17:00 송고
박근혜정부에서 만든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 현장검토분 공개 후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뉴스1DB)  © News1 장수영 기자
박근혜정부에서 만든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 현장검토분 공개 후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뉴스1DB)  © News1 장수영 기자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중·고등학교는 2020년부터 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 표현 대신 '민주주의'로 서술된다. 1948년 8월15일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이 바뀐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초등학교는 내년 5·6학년부터, 중·고등학교는 2020년 1학년부터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 역사(중)·한국사(고) 교과서로 배운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지난해 5월31일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으로 전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기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은 박근혜정부에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만든 것이어서 논란이 됐던 내용들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이를 '민주주의'로 수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대 역사교과서는 대부분 '민주주의'로 서술했지만 2011년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해 학계의 비판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2007년 교육과정을 개정하기 이전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혼용돼 쓰였다. 교과서 단원 이름은 대부분 '민주주의'였다. 참여정부는 2007년 2월 이를 '민주주의'로 통일했지만 이명박정부는 2011년 교육과정을 바꾸면서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박근혜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만든 교육과정에도 '자유민주주의'가 그대로 사용됐다.

교육부가 다시 '민주주의'로 바꾸면서 이념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진영은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진영은 '민주주의'에는 자유, 평등, 인권, 복지 등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어 '자유'를 넣으면 협소한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역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일기본법에 나오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던 것도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다.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보는 것은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의 '건국절' 개념을 수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보면 항일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친일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는 게 핵심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만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규정한 표현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공개한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었다.

교육과정 개정안에서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과정과 의의를 살펴본다'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서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학습요소와 관련해 교과서에 실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도발과 동북 공정, 새마을운동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빠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포괄적으로 서술했다"며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와 마찬가지로 '학습요소'와 관련해 교과서에 실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남침'이란 표현이 빠져 논란이 됐던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교육과정에 '남침'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교육과정 개정안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설명하면서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 전후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고 기술했다.

새로 마련한 교육과정에 따라 중학교 역사는 세계사(역사①)를 먼저 배우고 한국사(역사②)를 공부한다. 또 중학교 역사의 한국사영역은 전근대사, 고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구성했다. 중학교 역사의 경우 전근대사는 통사, 근현대사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했다. 반대로 고교 한국사는 전근대사는 주제 중심, 근현대사는 통사로 구성했다.

교육부는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7월말 교육과정 개정안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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