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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확률은 '수비'일지 몰라도, 지금은 '우당탕탕'을 기대한다

멕시코와의 2차전, 신태용호의 대응책은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6-21 08:51 송고 | 2018-06-21 17:35 최종수정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손흥민이 20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신태용호는 오는 23일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중남미 강호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2018.6.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손흥민이 20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벼랑끝에 몰린 신태용호는 오는 23일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중남미 강호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2018.6.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멕시코전은 이겨야 하는 경기고 그러려면 골을 넣어야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 차가 있기에 무작정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다. 축구는 90분 경기다. 우리가 가장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설정해야 한다.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 무실점으로 버티다 한방으로 이기는 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이다."

스웨덴과의 1차전이 끝난 뒤 박지성 SBS해설위원이 전한 멕시코전 조언이다. 축구를 아주 잘했던 사람의 충고고, 월드컵 무대를 충분히 경험했던 이의 조언이며, 가장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게 플레이했던 스타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 것이니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그것이 '확률'을 높이는 선택일지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불태울 필요성이 꽤나 커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F조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른다. 서로 상반된 분위기에서 만나는 양팀이다.

멕시코는, 비겨도 좋았을 최강 독일과의 1차전에서 완벽한 '맞춤전술'로 1-0 승리를 거둬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올인'을 선언했던 상대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미드필더 정우영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기에 패하고 나서 모든 선수들이 괴로워했다"고 내부 공기를 전했을 정도다.

이런 두 팀의 대결이다. 멕시코는 내친김에 한국전까지 승리로 마무리해 스웨덴과의 3차전 이전에 16강 윤곽을 그린다는 각오다. 한국은 복잡하게 계산할 상황도 아니다. 최종전 상대는 독일이다. 멕시코를 잡지 못하면 2018 러시아 월드컵도 3경기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관건은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냐는 것이다. 세세한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계산할 것들이 많으나 일단 큰 갈림길은 2가지다. 하나는 박지성 위원의 말처럼 우선 단단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카운터어택을 노리는 길이다. 큰 맥락에서는 스웨덴전과 다르지 않다. 다른 하나는 맞불이다. 전진할 그들에 맞서 우리 역시 공격적으로 임한다는 적극적인 대응책이다. 

사실 무엇이 정답일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날의 스코어와 승패에 따라 또다시 결과론적 평가가 나올 게 자명하다. 일단 신태용 감독도 박지성 위원처럼 멕시코가 전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베이스캠프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독일과 싸울 때 멕시코는 웅크리고 있다가 상대를 제압했다. 하지만 우리와의 경기 때는 그러지 않을 공산이 크다. 멕시코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만약 일반적인 시점이었다면, 박지성 위원의 충고처럼 우리의 열세를 인정하고 수비를 먼저 강화하는 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도 배에 힘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판사판이라는 게 아니다. 이미 마음먹고 수비에 오래도록 공들였던 스웨덴전이 실패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어쩌면 스웨덴전에서 보여준 것이 우리 수비역량의 최고조일지 모른다. 지난달 21일부터 소집해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캠프 훈련을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까지, 사실상 스웨덴을 염두에 둔 수비강화에 매진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였는데도 현실에서 잘 구현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대의 중압감, 상대 힘과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고 때문에 애초 준비했던 '위에서부터의 압박'이 잘 펼쳐지지 않았다.

스웨덴 선수들의 특징과 스웨덴 팀의 특성을 두루 고려해 준비한 수비전술도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2~3일 만에 멕시코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상대적으로 공격은, 전체적인 조직력보다는 개인의 순간 판단과 창의력이 좌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경기들은, 표현이 투박하나 '우당탕탕' 서로 엉겨 붙었을 때다. 우리 선수들이 근성과 투지로 달려들어 우리보다 기본기 단단한 이들이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지 못하고 같이 정신없는 난타전을 펼칠 때 내용과 결과가 좋았다. 사실 지금의 멕시코는 여러모로 '우당탕탕'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싸늘한 안팎의 평가를 볼 때도 스웨덴전과는 다른 설정이 요구된다. 지도자 신태용의 '이상적인 공격축구'가 펼쳐질까 두려워 '스웨덴전은 무조건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던 이들이 그렇게 웅크리고 있다 끝나자 '아무 것도 해보지도 않은 채 무엇을 준비한 것이냐' 타박했다. 어차피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1차전서 최선을 다해 수비축구를 펼쳤으니 2차전은 독기 품고 불태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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