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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서범석 시인 서정시집 '짐작되는 평촌역'

(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2018-06-19 16: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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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시인이 서정시집 '짐작되는 평촌역'을 펴냈다.

최근 우리 시에 가장 빈곤한 영역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근본주의적 이상(理想)을 시인 자신의 절실한 경험적 현실과 유추적으로 연관시키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한때 왕성하게 펼쳐진 난해성 기조(基調)의 시편들에서 시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간극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를 지켜보기도 했다.
서범석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러한 근본주의적 이상과 난해성의 환멸이라는 두 편향을 벗어나는 개성적인 힘과 지혜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 그 점, 서범석 시편의 가독성과 감염력을 보여주는 커다란 장점일 것이다. 
   
근원적으로 서정시는 절절한 자기 고백과 확인을 일차적 창작 동기로 삼는 언어 양식이다. 그래서 그것은 철저히 시인 자신의 성찰과 다짐을 매개로 하여 착상되고 표현되게 마련이다. 그만큼 서정시의 저류(底流)에는 시인 자신이 오랫동안 겪어온 절실한 경험 가운데 깊은 기억의 층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오랜 시간 속에서 시인은 회상(回想)과 예기(豫期)를 숨가쁘게 치러내면서, 현실 질서의 재구축보다는 상상 질서의 탈환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시인 스스로는 다소 머뭇머뭇하면서 흔들리는 꿈의 속성에 더 친화하게 마련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천천히 읽어온 서범석 시인의 시집은, 자기 표현의 정직성을 모토로 하는 나르시시즘과 대상과의 친화를 욕망하는 타자성 사이에서 발원하는 속성을 구비하고 있다. 고백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의 시편들은 정직성의 극점을 보여주고 있고, 사물에 다가서는 방법론으로 보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풍경과 상처를 발견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궁극적으로 그려 보이려는 시적 지형은 그렇게 세상에서 발견해가는 사물과 내면의 활달하고도 내밀한 접점의 역동성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 우리의 삶도, 감각도, 경험이나 기억의 깊이도, 아스라하게 번져갈 수 있지 않겠는가.
서범석 시인은 1948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박사과정을 졸업(문학박사)했고, 1987년 '시와의식'(평론), 1995년 '시와시학'(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풍경화 다섯' '휩풀' '종이 없는 벽지' '하느님의 카메라' 등과 평론집 '문학과 사회 비평' '한국현대문학의 지형도' '한국 농민시인론' '비평의 빈자리와 존재 현실' 등이 있다. 현재 대진대학교 명예 교수, 계간 '시와소금'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금알 펴냄 / 112쪽 / 9000원

서범석 시인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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