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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경영 25년' 삼성, 中 제조굴기 비상등

[위기의 삼성①]삼성전자, 반도체 사상최대 실적행진에도 안팎서 '위기론'
中제조굴기 모바일·가전·DP 실적하향, '포스트 반도체' 고민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8-06-21 10:00 송고 | 2018-06-21 10:15 최종수정
편집자주 삼성 안팎에서 똬리를 튼 '위기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에 연이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이다. 그룹 전체적으론 삼성전자, 전자 내부에선 반도체 부문의 '쏠림·착시' 현상이 위기론의 실체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은 '제조 굴기'를 천명한 중국 정부와 제조업체의 협공에 처해 있다. 지난 1년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자동차 전장사업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올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삼성이 직면한 리스크와 위기 해법을 진단해 본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지난 7일 '신(新)경영 25주년'을 맞은 삼성은 평소처럼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불과 4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IT(정보통신) 하드웨어 제조회사로 성장했으나 자축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와병 중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룹 안팎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미래 성장 동력이자 새 먹거리인 '포스트 반도체'를 고민하고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세계 1위 제조사로 우뚝 섰다는 자부심을 압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39조원, 영업이익 53조6450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15조6400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사업에서만 사상 최대인 11조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훌쩍 넘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D램(RAM)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20일 삼성전자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13년만에 한단계 상향 조정한 것도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인정한 결과다. 

그런데도 한 꺼풀만 더 들어가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룹 전체적으론 삼성전자 의존도가 과도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삼성전자가 비금융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금융 계열사(삼성생명 화재 증권 카드)는 보험·카드·증권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수년째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비(非)금융 계열사(삼성물산 중공업 엔지니어링 등) 역시 전체적인 사업 구조 재편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흔들릴 경우 삼성 자체가 타격을 입는 구조다.  

삼성전자 내 사업부문 간 실적 편중도 못지않다. 반도체 부문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부문이 거둔 이익 비중은 74%에 달했다. 반면,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를 떠받쳐 온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사업은 실적 하향세가 또렷하다.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 규제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제조사들의 거침없는 투자와 협공에 밀리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머잖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도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는 더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뚫을 만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 석방 후 세 차례나 해외로 나가 시장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사업 등 미래 신사업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배경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법적 절차가 현재 진행형이란 점도 부담이다.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노조 와해 의혹 등 계열사들에 대한 잇단 검찰 수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가 올 들어 받은 압수수색만 10여 차례에 이른다. 시장과 정부에 조만간 답을 내놔야 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의 미래를 결정한 중요 포인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외부 환경을 감안하면 삼성이 온전히 사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오는 22일 개최하는 '2018년 글로벌 전략회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석방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사적 전략회의다. 반도체 초장기 호황 국면이 조만간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아 어떤 수성 전략이 나올지 관심이다. 모바일과 가전,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쟁력 회복 방안도 주목된다. 삼성 안팎에선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선 AI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종합 재점검과 본격적인 사업 확대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예상도 많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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