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주파수 경매 "누가 먼저 굽히나"…5G '자존심' 건 싸움

차세대 망 '선도' 이미지만으로도 가입자 수백만 좌우
20㎒ 뒤처지면 '5G 꼴등' 낙인…"물러설수 없다" 기싸움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18-06-17 08:00 송고 | 2018-06-17 10:11 최종수정
SK텔레콤은 '이동형 5G 인프라'에 자사 가상화 플랫폼(T-MANO)을 연동해 복구 · 대형 이벤트 현장에서 ‘맞춤형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2018.2.12/뉴스1
SK텔레콤은 '이동형 5G 인프라'에 자사 가상화 플랫폼(T-MANO)을 연동해 복구 · 대형 이벤트 현장에서 ‘맞춤형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2018.2.12/뉴스1

단판승부나 조기종료 가능성까지 점쳐지던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예상을 뒤엎고 치열한 라운드를 거듭하고 있다. 통신 3사 입장에선 초기 주파수 확보에서 한발이라도 밀리면 5G 상용화 이후에도 경쟁사로부터 거센 마케팅 공격을 받고 자칫 '꼴찌'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5G 주파수 경매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이유는 5G 초기 시장에서 통신 3사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5G 주파수 경매 1일차에서는 3.5기가헤르츠(㎓) 대역에서만 252억원이 증가했다. 28㎓ 대역 100㎒폭은 최저가인 259억원에 낙찰되면서 6216억원으로 경매가 마무리됐지만, 3.5㎓ 대역은 경매가 2일차로 넘어간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간 3G, 4G 구축 상황을 봤을때, 차세대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주파수 확보나 상용화 시점, 전국망 구축 시기 등 단계별로 경쟁사보다 뒤쳐지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잃고 경쟁에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망 구축의 첫 단추인 주파수 확보부터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만약 우리회사가 경쟁사보다 단 10메가헤르츠(㎒) 폭이라도 적은 주파수를 확보하게 되면 경쟁사는 이를 두고 마치 5G 속도에 엄청난 유·불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것이 뻔하다"면서 "통신 3사 1년 마케팅 비용이 3조원에 육박하는데, 10년간 사용하게 될 주파수 비용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5G 초기 시장에 통신3사가 주력하는 이유는 통신망의 세대(G)가 바뀔 때마다 가입자 점유율 등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1위 SK텔레콤, 2위 KT, 3위 LG유플러스의 순서로 고착화 돼 있었지만, 통신망 세대 전환 시점에서 미묘한 변화는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CDMA의 시대가 저물고 3G WCDMA로 넘어갈 때가 첫번째다. WCDMA를 적극 수용한 SK텔레콤과 KT 등은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했지만, 기존 CDMA 방식을 유지한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는 로밍 서비스 및 단말기 출시 등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처지면서 점유율 격차가 극도로 벌어졌다. 당시 SK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은 55%에 육박하는 반면 LG텔레콤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까지 추락할 위기에 처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이동통신 사업을 접는 방향까지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평창 5G 규격 기반으로 기지국간 자동 핸드오버 기술을 개발하여, 3km에 달하는 일반도로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 구간에서 이동성 검증을 완료했다.(KT 제공) 2017.11.14/뉴스1
KT는 평창 5G 규격 기반으로 기지국간 자동 핸드오버 기술을 개발하여, 3km에 달하는 일반도로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 구간에서 이동성 검증을 완료했다.(KT 제공) 2017.11.14/뉴스1

LG텔레콤이 반전을 꾀한 것은 3G에서 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넘어갈 때였다. 이 회사는 사명까지 유플러스로 교체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LTE망 구축에 나섰다. 정부의 배려 아래 2.1㎓ 황금주파수를 최저가격으로 낙찰받고, 전사적으로 LTE 전국망 구축에 나선 결과 LTE 이슈를 지속적으로 선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장 1위 SK텔레콤과 동시에 LTE 상용화를 하는 성과도 올렸다.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이후 빠르게 상승해 LTE 전국망 완성 직후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더니 1200만명까지 가입자를 순조롭게 늘렸다. 반면 가입자를 가장 많이 빼앗긴 곳은 공교롭게도 LTE 구축에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2위 KT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비해 6개월 정도 LTE 전국망 구축이 늦었던 KT는 1800만에 달했던 가입자가 1600만명 대로 감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달 집계하는 무선통신가입자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동통신가입자는 4월말 기준으로 2714만명(42%), KT는 1686만명(26%), LG유플러스는 1285만명(20%)이다. 알뜰폰 가입자(774만명, 12%)를 고려하더라도 3사간 격차가 현저히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 3사는 전파 도달거리(커버리지)가 상대적으로 넓어 전국망 구축에 유리한 3.5기가헤르츠(㎓)에서 최대 확보치인 100㎒ 폭을 희망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는 3사의 수요량과 정부의 공급량이 일치해야 종료되는데, 공급 총량은 280㎒에 그치는 반면 통신 3사의 희망 대역폭은 300㎒에 달해 경매가 라운드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파수 경매 과열방지를 위해 1단계를 최대 50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라운드가 높아질 수록 입찰증분을 높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가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어느 한 사업자가 10㎒나 20㎒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매 2일차인 18일에는 경매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명 경매를 끝까지 끌고갈만큼 자금력이 충분히 않은 사업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되도록 경매가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대역폭을 일부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첫날부터 대역폭을 포기하게 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등의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틀째까지는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5G 시험기지국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2017.11.13/뉴스1 © News1
LG유플러스 직원들이 5G 시험기지국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2017.11.13/뉴스1 © News1



esthe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