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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중기연구원장 "최저임금 인상, 선진국 가기 위한 성장통"

"최저임금 쇼크, 충격 크지만 미래경제엔 선순환 효과"
"필터링 통해 해결책 찾아야…동반성장도 해법될 것"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정리=곽선미 기자 | 2018-06-18 07:00 송고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업계에 일시적 충격이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레벨업(level up)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인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에서 나온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물론 정부가 이들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말 새 중기연구원장에 선임돼 취임 8개월을 맞은 그를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만났다. 김 연구원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비상경제대책단'에서 중소기업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최저임금 인상 불가피…안전망 마련은 아쉬워"

김 연구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계의 '충격'을 이른바 '최저임금 쇼크'라고 표현했다. 1970년대 초 '오일 쇼크',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환율 쇼크' 등에 빗댄 것이다. 찬물에 있던 개구리가 뜨거운 물에 갑자기 들어갔을 때 뛰쳐나가려고 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10년 주기설이 제기될 정도로 어려운 고비가 초래됐지만 그럴 때마다 지혜롭게 해결 방안을 마련해 왔다"며 "그런 관점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일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으로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냈다. 업계는 용기있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냈지만 노동계 등 반대 진영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도 지난 5일(현지시간) "KDI가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고 맹비난을 가했다. 출구없는 최저임금 논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김 연구원장은 이 사례를 주목하면서 "학계와 언론계, 노동계와 산업계에서 필터링 효과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며 "적당한 방향을 곧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체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는 하다"며 정부 측 견해에 무게를 실었다. 

그 역시 정부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 출범 직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인수위 역할)에서도 3년 안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임기 내 1만원 달성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최저임금을 16.4% 올리면 어떤 충격이 일어날 지 사전에 예상을 하고 여러가지 사회적 안전망을 조성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일자리 축소와 구조조정 등에 대비해 업종 전환, 복귀 훈련 등을 마련해 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사가 함께 최저임금 해법을 찾는 모범 사례가 있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해야 한다고도 제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적 심의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김 연구원장은 "그동안 업계의 충격을 진단하는 데에 초점이 주로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극복책 논의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다행히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내외 재정 여건이 그리 나쁘지 않으므로 충격 흡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장은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쓴소리'도 생산적인 논의로 전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비판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정책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논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존 규제를 탄력적으로 유예·면제하는 규제샌드박스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논의가 '좌우 양날개 균형을 이루듯'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연구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차원에서는 '규제샌드박스형 지역혁신성장특구 도입' 등이 혁신성장 범주에 들어있는데 분배 못지 않게 성장을 위한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위해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많은데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 조정, 국회 입법 절차 등으로 순조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그는 최저임금과 함께 중소기업계 최대 화두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대기업의 경우 5월부터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고 생각보다는 적응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며 "사무직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여러 난제, 동반성장 모델로 해법 찾아야"

김 연구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에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 확립'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대·중소기업간 소위 '공동운명체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원장은 "최근 만난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본 거래선에서 먼저 연락을 해와 '우리가 도와줄 게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며 "국내 기업간 거래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기 힘들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동반성장 모범 사례로 독일 '이츠오울'(It's OWL) 클러스터를 들기도 했다. 이츠오울은 지난 4월 말 열린 독일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출전한 클러스터로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지자체가 중소기업 혁신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친 우수 모델로 소개됐다. 김 연구원장은 "하노버박람회에서 만난 독일 관계자에게 클러스터 성공 비결을 묻자 제일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모델을 다수 발굴해 공동의 작업, 공동의 성과, 공동의 이익을 이루는 '성공 경험'을 쌓도록 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장이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연구원도 혁신 모델로 자리매김하고자 갖가지 노력과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1993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산하기관으로 출발한 중기연구원은 중기부의 전신인 중기청으로부터 중소기업 정책 연구 관련 연구용역을 다수 의뢰받으면서 2015년 1월 기타공공기관으로 입지가 달라졌다. 민간기관에서 공공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 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주로 대변했지만, 공공기관이 되면서 자연스레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내놓게 됐다"며 "업계에서는 서운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정부와 업계간 간극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김 연구원장 부임 후 만든 것이 '글로벌 강소기업 세미나'다. 성공한 강소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창업기업인들의 요람인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내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예비 창업자, 중소기업인, 정책관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5일로 3회째를 맞았다.

중소기업 정책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중기정책 60년사' 발간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 달성을 목표로 내건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장기 정책과제 발굴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정부가 직접 침해기업에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됐습니다. 이처럼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된 뒤 중소기업 애로를 위한 갖가지 방안이 추진하고 있으니 조금만 시간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업계에 전하는 김 연구원장의 마지막 당부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 김동열 중기연구원장은 누구?

김 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31일 새 중기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경제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재정·복지·규제 등 공공경제학 관련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았다. 

정동영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지난 대선 때는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광주시장)이 단장을 맡았던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서 중소기업 경제 정책을 담당했다. 비상경제대책단에는 김 연구원장을 포함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13명이 멤버로 활동했다. 


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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