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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용은 씩씩하게 기성용은 꼼꼼하게…땅은 더 굳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6-13 15:12 송고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대표팀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비온 뒤 땅이 굳은 것처럼 더 단단해졌다. © News1 오대일 기자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표현이 있다. 개인이나 조직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은 후 여러모로 단단해진다는 말인데,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가 그런 모양새다. 적어도 분위기는 외부에서 넘겨짚는 것처럼 우려스럽지 않다.

월드컵 본선무대를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이 드디어 결정의 땅 러시아에 입성했다. 약 열흘 동안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던 대표팀은 12일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내 베이스캠프가 차려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피곤한 이동이었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향할 때만큼의 긴 여정은 아니었으나 대표팀의 규모가 워낙 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적잖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만 30명 이상이고 지원스태프까지 포함하면 사람만 50명가량이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짐 개수는 약 200개, 무게로 따지면 4.5톤에 이르렀다.

여러 가지 수속에 짐 챙기는 일까지 고려하면 그 자체로 지치는 일이다. 이동 전날 세네갈과 평가전까지 치른 후 이른 아침부터 이동을 준비했으니 몸이 천근만근 일 수밖에 없던 조건이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체력적으로 피곤한 것은 사실"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래도 분위기나 의욕은 좋다"고 설명했다.

사실 산뜻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전훈을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으나 세네갈과의 최종 평가전이 0-2 패배로 끝난 탓이다. 비공개였기에 '내용'까진 보지 못했고, 상대 세트피스에서 수비에 가담한 김신욱의 머리에 공이 맞고 들어가는 불운한 선제골과 종료 직전 페널티킥 추가실점 등 기록이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패배는 패배다.

여기에 붙박이 오른쪽 풀백으로 꼽히는 이용이 부상을 당하는 불운도 있었다. 세네갈전에서 이용은 전반 3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고요한과 교체됐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상대의 비신사적인 팔꿈치 가격 때문에 이마가 찢어졌고 7cm 정도를 꿰맸다. 피부 안쪽까지 2번 꿰맸다"면서 "비공개 경기라 다 말하기 어려우나 너무 거칠었다. 장현수도 큰 타격을 받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패배로 끝났고 반신반의했던 팬들은 다시 신태용호를 향해 비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가 다수의 목소리였고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식의 넋두리였다. 선수들이 이런 여론을 모를 리 없다.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 다행히 괜찮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8.6.13/뉴스1

12일 뮌헨 공항에서 만난 이용은 머리에 반창고를 붙이고 동료들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아침에 용이에게 괜찮냐고 했더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찢어지지 않은)반대 쪽으로 헤딩할 수도 있다더라"면서 웃었다. 이어 신 감독은 "고마운 일이다. 스스로 강하게 마음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저 눈을 붙이고 싶을 상황인데도 선수들은 쉬면서도 훈련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심이었다. 이재성은 테블릿 PC로 볼리비아전 영상을 되돌려 보고 있었다. 쉴 땐 쉬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다른 선수들도 다 마찬가지"라면서 멋쩍게 답했다.

캡틴 기성용은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계속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넘겨본 그 화면에는 작전판 같은 곳에 붙이는 11개의 점들, 포진도가 펼쳐져 있었고 스스로 움직임을 가하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꼼꼼하고 또 신중하게 보고 또 봤다.

신 감독은 오스트리아 레오강을 떠나면서 "물론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훈련을 진행하면 여러 가지 오해가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F조 최약체다.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든 스웨덴을 잡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흘 정도 진행된 레오강 훈련 때 논란도 잡음도 많았으나 외려 내부 결속력은 좋아진 느낌이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착 후 FIFA TV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은 멘탈이 차지하는 바가 크다. 선수들도 너무 침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비를 함께 맞으면서 팀은 더 단단해진 모양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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