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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철옹성' 해운대 집값도 규제 앞에 '털썩'…3중고에 '시름'

분양권 전매제한으로 청약경쟁률 1년새 '뚝'
입주폭탄·미분양 증가 등 악재에 시장 위축

(부산=뉴스1) 김종윤 기자 | 2018-06-14 05:00 송고
부산 해운대구에 들어서는 '엘시티 더샵'© News1
부산 해운대구에 들어서는 '엘시티 더샵'© News1

"해운대구는 부산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에요. 이곳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중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12일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시원한 해운대 앞바다를 조망권에 둔 '엘시티 더샵'이 84층의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 인근 마린시티에 자리 잡은 해운대아이파크·두산위브더제니스와 함께 앞으로 부촌을 대표할 단지로 예상됐다.

철옹성 같았던 이들 지역도 정부규제의 직격탄에 휘청이고 있다. 한동안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웃돈은 조정기에 돌입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엘시티 더샵은 비리 혐의로 이미지 추락과 정부 규제까지 겹쳤다"며 "현재 로열 동호수는 1억원 이상(웃돈)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보단 수천만원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정부 규제 직격탄…청약 경쟁률 큰폭 하락
이날 찾은 중동역과 해운대역 주변 중개업소에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조정기에 돌입한 시장 분위기 탓에 중개업소는 한산했다. 정부 규제로 분위기가 예년만 못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중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운대구뿐 아니라 부산 전체적으로 하락장에 돌입했다"며 "비규제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현재 부산은 해운대·연제·동래구·남·수영·기장·부산진 등은 조정지역에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에선 등기 시까지 분양권 전매는 불가능하다. 규제 전까지만해도 분양권 거래가 자유로워 청약경쟁률뿐 아니라 집값도 지속해서 상승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엘시티 더샵은 이미 입주한 인근 고가 주상복합과 색깔이 비슷하다"며 "기본적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는데 각종 악재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정부 규제는 청약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3월 중동역 인근 '해운대 롯데캐슬스타'는 1순위 경쟁률은 평균 57.9대1을 기록했다. 불과 200m 떨어진 '해운대 센트럴 푸르지오'는 지난달 5.65대1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하철 역세권 입지와 1군 브랜드라는 공통점에도 정부 규제의 역풍이 청약경쟁률에 그대로 나타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푸르지오는 표면적으로 1순위 마감이지만 불과 1년전이였다면 수십대1 경쟁률이 나왔을 것"이라며 "두 단지가 부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부산역 인근 부산북항재개발사업현장© News1
부산역 인근 부산북항재개발사업현장© News1

◇미분양·입주폭탄에 규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현지에서도 부산 전체적인 반등은 한동안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 규제를 제외하고도 각종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우선 부동산 호황을 틈타 쏟아낸 물량이 입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연도별 입주 물량은 Δ2014년 2만2752가구 Δ2015년 2만1610만가구 Δ2016년 1만2665가구 Δ2017년 2만152가구 Δ2018년 2만3201가구(예정)다. 업계 안팎에선 적정 입주는 1만7000가구로 보고 있다. 적정 선을 넘은 공급 물량은 집값을 떠받치는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미분양도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부산 전체 미분양은 2427가구로 지난해 8월(738가구)과 대비해 3배를 웃돌고 있다. 지역 건설사가 고분양가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소화불량에 걸린 모습이다.

해운대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도 서울처럼 단기간에 집값이 올라 정부 규제가 없어도 조정기에 돌입할 시기였다"며 "여기에 규제까지 겹치니, 정부가 너무 성급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부산의 집값 조정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주간 변동률은 지난해 8·2대책 이후 한차례도 상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바다조망이 가능한 동호수 급매를 찾는 문의는 간혹 있다"며 "일반적인 매매 문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산 지역 부동산 조정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각종 지표가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입주량 증가와 최근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며 "다양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한동안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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