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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눈 길 사로잡는 지방선거 이색 후보들…"날 좀 보소"

수작업 포스터부터 갈매기 퍼포먼스까지 각양각색
노익장 과시에 효녀 심청 콘셉트 후보도 등장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8-06-10 06:00 송고
서울 시의원 종로 제2선거구에 출마한 김수근 후보(35·무소속)의 벽보. (김수근 후보 제공) © News1

각종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직접 그린 '수작업' 포스터를 벽면에 붙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100세 시대 후보'를 천명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후보와 '효'를 앞세운 후보도 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독특한 이력과 퍼포먼스로 눈길을 끄는 후보들이 많다. 이들은 당선 여부와는 관계없이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으며 의미있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다.

◇"초등학생 포스터냐고요? 직접 그린 제 벽보입니다"

서울 시의원 종로 제2선거구에 출마한 김수근 후보(35·무소속)의 벽보는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굴을 큼직하게 박아넣고 슬로건이 적힌 보통의 선거 벽보와 달리 김 후보의 포스터엔 후보의 얼굴이 없다.

이뿐이 아니다. 벽보의 상단에는 '남북연합 군사훈련'이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가 함께 그려져 있기도 하다. 10시간 넘게 손으로 직접 그렸다는 후문이다. 

김 후보는 자신이 직접 그린 포스터의 의미에 대해 "기존 후보들은 얼굴만 크게 박아놓고 의미 없는 말만 적어놓았던데 돈으로 하는 정치, 이미지 정치를 비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 전 제20대 총선 때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울 서초을에 출마했던 김 후보는 벽보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내걸면서 "국정원을 해체하고 박근혜를 탄핵하자"고 주장했다. 그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실제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벽보가 다시 한 번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김 후보의 예산은 '단돈' 400만원이다. 선거 기탁금 300만원을 제외하면 유세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돈이 없어서 선거사무소 설치도 못했지만 돈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실, 시끄럽게 음악 틀고 춤추며 유세하는 왜곡된 정치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각종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조윤영 부산 수영구의원(가선거구) 후보. (조윤영 후보 페이스북 캡처) © News1

◇페이스북 라이브로 '퍼포먼스'…"정치 적폐 없어져야죠"

부산 수영구의원 가 선거구에 출마한 조윤영 후보(26·민중당)는 SNS 내에서 여러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렸다.

조 후보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5월초부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에 1주일에 한 번씩 하던 방송빈도는 최근 하루 한 번으로 늘었다.

한 번에 3시간 분량의 방송을 하는 조 후보는 매번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갈매기 퍼포먼스와 벌레먹방 등이 대표적인데, 주 타깃은 자유한국당이다. 최근엔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형을 만들어 새총으로 튕겨보내는 '지구 밖 강제 이주'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조 후보는 "한국 정치 내부에서의 적폐를 고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SNS 방송으로 결정했다"며 "호응이 좋은 방송은 조회수가 3만이 넘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현재 부산외대에 재학 중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보고 국민이 직접 정치를 해야한다고 느꼈다"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울산 울주군의원 다선거구에 출마한 김태희 후보의 선거 벽보. (김태희 후보 제공) © News1

◇정치판 뛰어든 '효녀 김태희'…"부모 사랑하는 마음으로"

울산 울주군의원 다선거구에 출마한 김태희 후보(49·무소속)의 포스터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비녀까지 꽂은 김 후보의 슬로건은 '효녀 심청이, 알뜰 살림꾼, 울주의 큰딸'이다.

김 후보는 실제 2015년 울주군민상 효행부분 수상을 한 '이름난 효녀'다. 그는 중학생 시절 4년간 치매에 걸린 친할머니를 보살폈고, 7년간 앞을 못 보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기도 했다. 현재도 '효녀 심청의집'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요양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 후보는 "'부모한테 잘 하는 게 정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자기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군민도 사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효녀'로 잘 알려진 덕에 그는 어르신들의 사랑도 듬뿍 받는다고 한다. 김 후보는 "유세를 하기 위해 울주 전 지역을 발로 뛰었는데, 어르신들이 '사랑한다', '힘내라', '효녀 심청이'라고 하며 힘을 많이 넣어주시더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차도 없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명함만 3만장을 뿌렸다. 이제 울주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아마 개표하고 나면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 최고령 출마자 이형철 울산 울주군주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이형철 후보 제공)© News1

◇87세 노익장…"100세 시대, 아직은 거뜬합니다"

이형철 울산 울주군수 후보(87·무소속)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출마자 중 '최고령'이다. 1931년생으로 이미 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이지만, 이 후보는 "농사 짓는 것에 비하면 마실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후보는 이미 20년 전에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그는 1995년 울산 시의원, 1998년에는 울주 군의원으로 당선됐다. 2002년에 울주군수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16년만에 정치권에 다시 노크했다.

이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잘해줬다면 굳이 내가 안 나와도 됐을 것"이라며 "군 형편이 너무 안 좋지 않은데 이런 지역은 정당 정치보다 오히려 토박이가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노인들에게는 100세 시대에 대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할 것이고, 많은 산업체와 함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꾸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