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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만 있나…골리앗 무릎 꿇리는 '강소' 로펌 뜬다

대형로펌 맞서 승소한 강호·한누리 등 눈길
그래도 대세는 대형로펌 '묻지마 선임'…"규모보다 성의 따져야" 지적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06-10 07:00 송고
서울중앙지법©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중앙지법© News1 이승배 기자

6대 대형 로펌 중 한 곳을 선임해 형사사건을 진행했던 A금융회사는 지난해 1심 선고 이후 법무법인을 교체했다. 수장의 진퇴와 관련있을 정도로 중요한 재판이었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해당 금융사는 항소심에서 금융업·기업세금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 법무법인을 선임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작은 로펌에 맡겼다가 지면 '그러게 처음부터 큰 곳으로 갔어야지'라는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두려움 때문에 대형 로펌을 선택한 것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전문 법무법인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찾거나 일단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보자는 관행도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다. 한 분야만 집중 전담해 대형 로펌보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 '강소(强小) 로펌'도 있다는 인식의 변화다. 실제로 이런 로펌이 대형 로펌을 무너뜨린 사례도 적지 않다.

법무법인 강호는 입찰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대기업이 낸 행정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2심 패소한 재판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보다는 법리적으로 다투는 곳이라 결과가 바뀌는 건 상당히 어렵다. 상고심에서 LIG넥스원은 김앤장·태평양을, 포스코건설은 김앤장을 내세웠지만 강호는 원고 패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었다.

증권 소송이 전문인 법무법인 한누리는 독일 도이치은행의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봤다며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낸 소송과 일반 피해자들이 로열뱅크 오브 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ELS 관련 집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두 소송 모두 김앤장이 상대였다. 김앤장은 호화 변호인단에 변호사 숫자도 많았지만 법원은 한누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선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사례가 속속 나오지만 대중의 인식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 로펌 사이에선 일부 대형 로펌들이 수임료가 낮은 기업·개인사건까지 독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는 중소기업·개인들이 소형 로펌이나 개인 법률사무소를 찾았지만, 이제는 이들도 대형 로펌을 '묻지마 선임'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대형 로펌에선 변호사 채용을 늘리는 추세고, 사업주의 입장인 파트너 변호사는 이들 어쏘 변호사(경력 7년 미만의 고용 변호사)를 놀리는 대신 작은 사건을 수임해 맡긴다"며 "의뢰인도 동네 수퍼보다는 대형 마트에 가는 기분으로 대형 로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얼마 전 소액사건에서 상대 측으로 나온 대형 로펌의 젊은 변호사가 제출한 무성의한 서면에 내가 놀랐다"며 "대형 로펌 입장에선 소홀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맡으니 그런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들은 모두 기본적인 역량이 있으니, 로펌 규모보다는 성의있게 맡아주는 변호사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형 로펌들의 법률시장 독식이 심해질 경우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중소 로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가 수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숫자가 줄어들어 결국 소송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대형 로펌이 전문성을 가지는 영역과 일반적인 법률시장을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인수합병(M&A) 같이 수많은 관계법 검토와 공인회계사가 필요한 사건은 규모가 큰 대형 로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 사건에선 최근 각 분야에서 역량을 드러내는 로펌들이 많아 저희가 우월하기보단 경쟁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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