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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협력' 문건 속 노동사건 5건 모두 양승태 대법원 파기환송

하급심 뒤집었던 반노동·친기업 판결들 '부메랑'으로
'재판거래' 의혹에 패소자들 양승태 등 형사고발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8-06-06 11:29 송고 | 2018-06-06 11:39 최종수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해 재판을 흥정 대상으로 삼았던 흔적이 발견되면서 해당 재판의 패소자들이 양 전 대법원장 고발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양승태 코트'의 판결이, 의혹 문건의 등장으로 뿌리째 부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문건에 등장한 노동사건들은 모두, 당시 대법원에 의해 노동자 측 패소로 뒤집힌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4일 오전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열차승무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및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공동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발인들은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근거로, 당시 사법부와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정치적 거래로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왜 그런 판결이 나왔는지 알겠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 '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는 이른바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16개 판결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KTX 승무원 사건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4건이, 교육부문 판결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언급되는데, 이들 사건은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 요청하며 기습 점거 시위를 하고 있다. 2018.5.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해고승무원 판결은 사회문제 외면했다는 비판받아

KTX KTX의 해고승무원들에 대한 판결은 당시에도 비정규직·간접고용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민변은 이 판결을 '2015년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5년 2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 2심을 뒤집고 원고패소를 판결했다. 이 판결로 승무원들은 이미 지급받았던 임금을 되돌려 줘야 했고, 결국 한 승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파견근무 형태로 코레일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도급계약을 맺은 한국철도유통의 관리·감독 하에 근무해왔다고 보고 "코레일 근로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유통의 위탁계약을 위장도급으로 보고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인정한 하급심을 부정한 결과였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5년 11월27일 오미선 전 KTX승무지부장 등 34명에게 패소를 선고했다.

쌍용차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도 양승태 사법부의 반노동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해고에 대한 사측의 경영판단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하급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한다"며 "노사대타협이 체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측에서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가 부분휴업, 희망퇴직 등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심 법원은 "쌍용차의 정리해고 결정에 긴박한 필요나 유동성 위기가 있었던 것은 인정되지만 구조적·계속적 재무건전성 위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불분명하다"며 "쌍용차가 해고회피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콜텍 콜텍의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은 결과였다. 2007년 7월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거리에 내몰린 해고자들은 11차례에 걸쳐 단체협상을 시도했으나 합의가 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상당한 영업손실을 냈던 대전공장과 달리 콜텍은 매년 당기순익을 내는 상황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전공장의 경영사정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 검토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2월23일 구체적 판단은 유보한 채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심리하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고, 재상고 사건에 대해 2014년 6월12일 "정리해고 당시 대전공장의 채산성 악화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개선될 가망이 없었고 대전공장 소속 근로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기도 어려웠다"고 원고패소를 확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등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공동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6.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예고 파업에도 업무방해죄 적용…전교조엔 법외노조 확정

철도노조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 유죄' 판결은 예고된 파업까지 처벌 대상으로 판단해 노조활동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2014년 8월27일 파업을 통해 사측의 운송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 2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회사측이 노조의 파업예고에도 실제 강행을 예측할 수 없었고, 당시 파업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파업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 등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구조조정 실시를 저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고 파업 직전까지 단체교섭이 완전히 결렬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항소심은 "회사측이 이들의 파업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파업의 전격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열차 운행 중단으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한 것도 철도가 필수공익사업인 탓"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전교조 전교조의 법외노조 판결로, 전교조 측은 아직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2015년 6월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가처분을 인용한 원심을 깨고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놨다. 대법원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근거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작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는 재항고 인용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하면서 "재항고가 기각될 경우 대법원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에 대한 견제·방해가 있을 것" "재항고 인용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될 것" 이라고 쓰여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는 전교조와 관련한 대응방안이 다수 등장한다. 전교조는 이른바 '전교조 죽이기'가 당시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특별조사단은 문건에 등장하는 '정부 협력사례' 판결들은 정부가 좋아할 만한 판결들만 사후에 취합한 것일 뿐, 재판 자체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긴밀히 교감한 정황이 이미 드러나 있는 데다 대법원 판결 전 사건도 '정부 협력사례'로 언급한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재판거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dos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