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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낙태금지법 폐기로 기울어…해외서까지 독려(종합)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자"
정치권 법안 마련…"24주까지는 낙태 가능"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2018-05-26 18:38 송고 | 2018-05-26 18:53 최종수정
아일랜드에서 한 여성이 낙태자유화와 관련해 투표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아일랜드에서 한 여성이 낙태자유화와 관련해 투표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아일랜드에서 실시한 낙태자유화에 대한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낙태금지법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리시 타임스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68%가 낙태자유화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RTE텔레비전의 출구조사에서도 70%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번 국민투표는 수정헌법 8조에 명시된 낙태금지법을 폐기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지난 1983년 개정된 수정헌법 8조에는 태어나지 않은 자녀의 삶도 임산부의 삶과 동일하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유권자들은 온라인이나 우편이 아닌 현지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서 투표를 해야 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 거주 중인 약 4만 명의 유권자들 중 수천 명이 귀국길에 올랐다. 많은 유권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해시티그 홈투보트(#hometovote)를 걸어 투표를 독려했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낙태금지법 폐기를 지지했다. 낙태금지법 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일랜드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교회의 가치와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국가다. 교회의 영향력 감소와 유럽연합(EU)의 광범위한 법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 2015년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등 20년동안 법률을 완화해왔지만 낙태만큼은 허용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태아와 산모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아일랜드의 보수적인 성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더블린대학에서 성을 가르치는 메리 매콜리프 교수가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자국 여성들이 특별한 여성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순수성과 도덕성, 가정적인 성향들이 존경할만한 아일랜드 여성을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헌법에는 "여성들은 집안에서 생활함으로써 국가 공동 이익에 이바지한다"라는 조항이 적혀있었다. 따라서 수십 년 동안 미혼모들은 교회가 운영하는 '엄마와 아이의 집'이라는 곳으로 추방당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종종 학대를 받았으며 아이들은 강제로 입양되었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가 유권자들과 함께 낙태금지법 폐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가 유권자들과 함께 낙태금지법 폐지 캠페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하지만 1970년대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임이 합법화 되었고, 기혼 여성의 공공기관 취업을 금지하는 법이 폐지되었으며, 남녀 동일임금법이 제정되었다. 또 성직자의 성추문 및 여러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교회의 영향력이 감소, 자유로운 견해들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사비타 할라파나바르의 사망이 낙태자유화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임신 중 병원을 방문한 사비타는 태아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의사들의 진단이 있었지만 태아의 심장이 뛰고 있어 낙태 수술을 받지 못했고, 결국 태아의 심장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다 폐혈증에 걸려 사망했다.

이에 아일랜드는 지난 2013년 산모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변화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계속되어 35년 만에 또 다시 낙태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열었다. 

국민투표 결과가 한 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낙태금지법 폐지를 지지하며 국민투표 전 낙태를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초안에 따르면, 임신 12주까지는 낙태에 비교적 제한을 두지 않으며, 의사와 상담 후 진행하면된다. 12주~24주까지도 낙태가 가능하지만 임신으로 산모의 생명이 위협을 받거나 산모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 두 명의 의사가 상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4주가 지났을 경우에는 태아에 치명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금지된다.

또 여성들은 앞으로도 온라인으로 구입한 알약을 사용하거나 해외에 가서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7만명의 여성이 영국으로 '원정 낙태'를 왔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를 두고 '세대에 한 번 있을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개표는 26일 오전 9시에 시작해 같은 날 오후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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