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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 25%·7% "근거가 뭐냐"…졸속합의 논란

노동계 "상여금 쪼개기 허용 불법 편법 난무할 것"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8-05-25 14:09 송고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 소위원장이 개의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2018.5.24/뉴스 © News1 이동원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 소위원장이 개의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2018.5.24/뉴스 © News1 이동원 기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진통 끝에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상여금의 25%, 복리후생 수당의 7%를 기준으로 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노동계는 '상여금 쪼개기'를 노사합의 없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사업주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날(24일) 마라톤 회의 끝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원) 기준으로 매월 상여금이 39만3000여원이 넘거나 복리후생 수당이 11만원이 넘으면 그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는 상여금, 복리후생 수당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변동이 없도록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환노위는 설명했다. 

하지만 상여금의 25%, 복리후생 수당의 7% 기준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이 급하다보니 합의를 서둘렀다는 비판이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의 경우 그동안 안건 심사 시 전원 합의를 관행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몇몇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법안을 통과시켜 관행마저 깨졌다. 

새벽 논의가 공전하자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안과 고용노동부 등에서 서둘러 만든 안이 결국 상정·통과됐다. 서형수 의원실 관계자는 "매월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의원들이 공감했다"며 "복리후생 수당의 경우 야당에서 산입을 강력하게 주장해 최대한 적절하게 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노위에 따르면 상여금 25% 기준이 나오게 된 배경은 연 소득 2400만원 이하의 노동자를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로 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기준(월 157만원, 연 1884만원)으로 봤을 때 연 300%의 상여금(471만원) 지급 정도까지가 해당한다. 300%를 월로 나누면 25%다. 즉 1년에 최저임금 월급 기준에 300% 상여금을 받는 노동자까지는 산입범위 대상자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숫자에 대한 객관적 근거나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효과 분석 등이 부족하다는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에 대한 원칙과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산입범위가 설정됐어야 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입법기술적 흠이 아쉽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산입범위 기준마저 '한시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부칙에서는 2024년까지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산입범위 졸속 확대도 문제지만 단계적으로 이를 늘린다는 것은 명백한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전북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25일 전북 전주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졸속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5.25/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전북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25일 전북 전주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졸속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5.25/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복리후생 수당의 경우 여야의 찬반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경영계의 의견 등을 반영해 7%로 조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담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예외조항도 논란거리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노동자의 상여금 지급 시기 등이 명시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나 노동자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사업주가 상여금 총액의 변함 없이 월 단위로 쪼개서 지급하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동의 없이 과반수의 의견만 청취할 수 있게 예외를 뒀다. 

환노위 관계자는 "이 부분은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봤고,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보완장치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법망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주가 행하는 '상여금 쪼개기'를 일방적으로 열어줬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과 배치되는 이 조항으로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총파업 등 총력 저지를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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