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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중국, 북한 볼모로 무역전쟁 가볍게 승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8-05-23 11:17 송고 | 2018-05-23 13:59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조바심이 류허 중국 부총리의 무역전쟁 뇌관 제거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FT 갈무리
FT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어느 대통령보다 중국에 맞서왔다. 그러나 중국은 영리하게도 북한 문제를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무력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WSJ 갈무리
WSJ 갈무리

지난주 17~1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일단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대부분 외신들은 중국의 승리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함이 무역협상을 망쳤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미중은 2차 무역협상 직후 ‘양국은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과 에너지를 많이 구입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크게 줄일 것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를 강제할 조항은 없다. 미국은 중국에 연간 2000억달러 정도 무역적자를 줄일 것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결국 중국은 아무것도 내준 것 없이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큰 전리품도 챙겼다. 중국의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ZTE(중국명 중흥통신)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ZTE가 이란과 북한에 통신기기를 밀반출했다며 미국 기업들에게 앞으로 7년간 ZTE에 부품을 공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ZTE는 파산위기를 맞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뜬금없이 ZTE에 대한 제재를 취소 또는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같이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 중간선거 승리는 물론, 내심 노벨평화상 수상도 바라고 있다.

그런데 잘 나가던 북미정상회담 프로세스가 갑자기 엉키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북한은 ‘선폐기 후보상’이 골자인 ‘리비아식 해법’을 문제 삼아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깜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해법’이 아니라 ‘트럼프식 해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을 달래는 한편 시진핑 주석에게 SOS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시 주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신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중요한 것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사주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협박했다고 보고 있다. 사실여부는 중요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은 미국의 대중 외교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무역협상은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었다. 북한을 볼모로 잡은 중국에게 현격하게 기운 운동장이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다. 고생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익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다. 재주는 북한과 미국이 넘었는데, 돈은 중국이 벌었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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