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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논의, '볼턴식' 아닌 '손턴식' 돼야"

38노스 설립자 조엘 위트 기고문
2013년 북미 당국자 회동에 '실마리'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8-05-21 15:11 송고 | 2018-05-21 15:41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끝내고 단계적 보상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북한전문 매체 38노스 설립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이 밝혔다.
국무부 한반도 담당관 출신인 위트 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내게 말해준 계획'(What the North Koreans Told Me About Their Plans) 이라는 디애틀랜틱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제시할 비핵화 대가에 대한 실마리는 2013년 북한 당국자들과 여러 차례 가진 회동에 숨어있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고문에서 '선 폐기 후 보상'으로 요약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방식' 비핵화보다는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이 최근 밝힌 '여러 단계에 걸친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트는 5년 전인 2013년 있었던 북미 당국자간 만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선언했을 당시 이뤄졌지만 북한 정부 관계자들은 회동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이런 접근법이 바뀔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고 밝혔다. 2013년 6월 북한 국방위원회가 비핵화 대화에 열려있다고 다소 '의아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위트 연구원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자들과의 회동에 참석한 위트 연구원은 당시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 대화를 시사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북한 측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치·안보·경제 대립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양국 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안보적으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경제적으로는 수십년간 북한에 부과했던 무역 규제와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요구였다.

북한은 이 모든 것을 단계적 접근을 통해 이행해야 한다고 봤다. 즉 북한이 한 단계 조치를 취할 때마다 미국이 약속한 조치도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는 것.

북한이 취하겠다고 제시한 3단계 절차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핵 관련 주요 시설을 폐기한 뒤 최종적으로 시설 뿐 아니라 보유한 핵무기를 해체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북한은 비핵화를 이루고 미국은 적대정책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제안이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계획이 고무적이긴 했지만 여러 잠재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먼저 비핵화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북한의 비핵화 단계마다 취할 모든 미국 측 조치를 선언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난색을 표했고, 두 번째로는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제조 동결에 대해 검증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자 이번엔 북한 측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당시 북한이 제시했던 비핵화 계획이 5년이나 지난 것이고 북한의 핵 개발 역량 또한 그때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지만 당시 북한이 했던 제안은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 북한의 요구가 무엇일지에 대해 가장 선명한 그림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그린 윤곽은 각 비핵화 단계마다 미국 측 조치가 수반되는 것인데 이는 볼턴이 지지하는 '리비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위트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꼭 볼턴의 시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지휘하고 있는 손턴 차관보 대행이 지난주 비핵화라는 긴 절차에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장 먼저 어떤 일이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했다.

위트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어떻게 해결될지, 또 북한과 공통의 기반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턴식 접근법'은 북한의 무장해제를 실현시킬 수 있겠지만 '볼턴식 접근법'은 그러지 못할 것임을 장담한다고 강조했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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