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내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미국 등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20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백악관 내에선 '북한이 내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공군의 합동군사훈련 '맥스선더' 등을 문제 삼아 같은 날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미 정부를 향해선 "일방적으로 핵포기를 강요하려 든다"고 비난하며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마저 재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WP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이미 선발대를 싱가포르에 파견한 상황. 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의제 설정이나 중요 현안 정리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경우 거듭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며 "북·미 회담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굳히려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 정부 내에선 최근 북한 김 위원장의 태도가 4월 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7일 김 위원장이 이달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뒤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 때도 중국 측이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으며, 이에 시 주석은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랬다고 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태도 변화에 대해 "회담 전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싱가포르 회담이 잘 안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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