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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진심다하면 청년이 ㅇㅈ해드려요.

지역 청년정책 발굴·실천하는 '도봉청년ㅇㅈ(인정)'
협동조합 목표…"소통하는 구청장·구의원 만나길"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18-05-19 07:00 송고 | 2018-05-21 09:31 최종수정
청년모임 '도봉청년ㅇㅈ'멤버들. 왼쪽부터 황인성씨, 노태동씨, 김태환 대표, 김경민씨, 홍주현씨 © News1 황덕현 기자
청년모임 '도봉청년ㅇㅈ'멤버들. 왼쪽부터 황인성씨, 노태동씨, 김태환 대표, 김경민씨, 홍주현씨 © News1 황덕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공약으로 내건 예비후보들이 출·퇴근길을 중심으로 시민들과 접점을 늘리겠다며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북미정상회담, 드루킹 사태와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 사태 등에 관심이 쏠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제외하면 '깜깜이 선거나 인기투표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감시'를 이어가는 청년들이 있다. "'서울 속 지방'으로 치부된 우리의 터전에서 청년정책을 실현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의 청년모임 '도봉청년ㅇㅈ(인정)'이다.

도봉구에 살거나 일하는 청년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5월 '도봉청년ㅇㅈ'(이하 도봉청년)을 만들었다. 조직 주도는 홍주현씨(30·사회복지사)가 했다. 홍씨는 "촛불혁명 이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2016년말 공포된 서울특별시 도봉구 청년기본 조례를 발견했다"며 "당사자인 청년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허울뿐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할 동료를 수소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일이나 잘하지 또 무슨 일을 벌이냐'며 친구들도 핀잔 일색이었지만 현재는 활동인원 20명이 넘는 단체가 됐다. 나이와 성별, 직업도 제각각이다. 지역 직장인과 시민활동가, 대학생, 거리공연가, 리사이클 전문업체 대표 등이 속해 "서로 다른 생각이 쏟아져 나와 정말 민주적인 것 같다"며 홍씨가 웃었다.

'ㅇㅈ'(인정)이라는 독특한 이름도 홍씨가 지었다. 홍씨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지은 이름은 아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상 청년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나와 있어 사회 안에서 종합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이같이 이름을 내걸었다"고 강조했다.
도봉청년은 도청반상팀, 청년정책팀, 생태계연구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의견제시와 실행계획 수립, 사후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김태환 청년인정 대표(24)는 "(모임이) 유지되는 것도 놀라운데 구체적인 성과도 내고 있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을 쥔 지자체를 '갑'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철저히 구분돼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낸 가장 큰 성과는 도봉구와 함께한 '협치의제'다. 회원 조성민씨(23·대학생)가 낸 '여성안전 CCTV' 정책제안은 도봉구가 정식사업으로 채택하며 '협치범죄사각지대 안심네트워크구축포럼'으로 이어져 실제 골목길 카메라 설치 등 예산 집행 계획이 됐다. 포럼에 위원으로 참여한 김경민씨(20·시민활동가)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위원회와 도봉구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에서 활동한 게 도움이 됐다"며 "이제는 공무원들과 함께 지역 도서관 정책, 평생학습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청년ㅇㅈ' 대표 김태환씨가 명함의 뒷면을 내밀고 있다. 뒷면에는
'도봉청년ㅇㅈ' 대표 김태환씨가 명함의 뒷면을 내밀고 있다. 뒷면에는 "청년이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함께 행동합니다"라는 활동 목표가 적어져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도봉청년 활동을 하며 아예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한 황인성씨(25·도봉구 창2동)도 있다. 황씨는 마을기업으로 자리잡은 마포구 성미산 마을을 공부하다 도봉구에도 마을기업을 만들고픈 마음에 도봉청년에 합류했다. 황씨는 이후 도봉구 지역방송국 '마을미디어 도봉N'에 취업해 팟캐스트, 지역축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방송을 통해 구와 구의회에 이야기를 한다"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도봉구 청년축제'에서 "청년이 생각하는 도봉"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과를 낸 게 기억남는다 했다. 부스를 만들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부분 주거 문제로 집중됐고 황씨는 이 문제를 정리해 참여예산으로 지원했다. "선정돼서 집행하면 서울에서는 첫 사례가 아닐까요?"라며 황씨가 으쓱해 했다.

도봉청년은 일련의 활동이 지속성을 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때문에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바람은 여느 청년보다 크다. "청년 정책에 관심 없는 후보라면 말뿐인 공약에 그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함께 토로했다. 김 대표는 "청년을 위해 창동역 무중력지대나 플랫폼 창동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토목,건설이 주가 되는 공약보다 지역색과 운영에 관심 많은 '진짜 살림꾼'이 당선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씨 역시 "투표지가 6장이 넘으니 우리도 후보를 다 모르고, 후보도 유권자를 잘 모른 채 투표가 끝나버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알았는지 선거 문자를 잘 보내는데, 당선되고 나서도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도봉청년은 올해 비영리단체를 꾸릴 계획이다. 협동조합으로 진화도 준비 중이다. 홍씨는 "저희가 더 나이를 먹어서 청년시기를 지나더라도 단체가 운영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법에서는 청년을 취업하기 원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지만, 늙지 않는 마음이면 누구나 청년일 수 있잖아요. 우리같은 지역 청년을 위한 모임이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확대되면 균형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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