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법원ㆍ검찰

법무·검찰 여직원 10명중 6명 성범죄 피해…시스템개편 권고(종합)

성범죄대책위 전수조사…불신·2차피해 우려로 신고 꺼려
장관직속 기구설치·내부결재 폐지·제도개선 등 제언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이유지 기자 | 2018-05-17 16:16 송고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을 발표하고 있다. 2018.5.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법무부 및 산하기관과 검찰에서 일하는 여성 10명 중 6명이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경험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기존 고충처리 시스템이 유명무실화됐다고 지적, 고충사건 처리절차와 담당기구 등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라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간담회를 열어 3월26일~4월6일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검찰청에 근무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61.6%가 성적 침해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임용기간이 3년 이하인 구성원의 피해 경험 비중은 42.5%였다.

이번 조사엔 여성직원 총 8194명 중 7407명(90.4%)이 참여했다.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기 위해 조사는 설문지에 익명으로 직접 작성해 봉투에 밀봉한 뒤 우편 제출하는 방식으로 실시됐고, 외부 조사기관이 취합해 분석했다.

특히 언어·시각적 성희롱이 아닌 포옹과 입맞춤, 허벅지 만지기 등 실제 신체접촉이 발생한 성희롱 피해경험도 22.1%에 달했다.

권 위원장은 높은 응답률과 관련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아주 큰 집단이라 이 정도 응답이 나온 것은 예외적"이라며 "이 정도로 높은 피해 응답률이 나올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지현 검사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드러내는 결과"라고 말했다.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지난 2011~2017년 위원회 회의는 단 3회 열렸다.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 건수는 18건에 그쳤다. 대책위가 기존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고 진단한 이유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 중 과반은 불신과 2차피해 우려로 현행 신고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성희롱 등 피해를 입고도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은 검찰 66.6%, 법무부 본부 및 산하기관 63.2%였다. 성범죄 사건의 공정·신속한 처리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각각 61.4%, 57.9%였다. 법무부에 성희롱 신고센터가 운영되는지 몰랐다는 응답도 68%로 집계됐다.

공식 문제제기를 못 하는 원인으로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행실을 문제 삼는 분위기(70.9%), 조직 부적합 인물로 취급할 가능성(68.3%), 근무평정·승진·부서배치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67%), 과거에도 엄정처리 사례를 보지 못해서(66.7%) 등이 꼽혔다.

권 위원장은 "(소속기관) 간담회와 워크숍에서 가장 자주 이야기된 사실은 폐쇄적이고 전국적인 조직 특성 탓에 피해자 신상이 매우 빠르게 드러나 2차피해는 즉시 발생하는 반면 성희롱 고충사건 처리는 되지 않아 피해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고 짚었다.

대책위는 이같은 조직특성을 감안해 성범죄 관련 고충처리가 안전하고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전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우선 성범죄 관련 고충처리를 전담할 법무부 장관 직속 전문기구를 설치해 처리를 일원화하고, 각 기관의 성희롱 고충처리 담당자는 소속기관 내부 결재절차 없이 이 기구에 소속된 고충처리 담당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조직보호 논리로 회유나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 것을 막고, 상급자의 부적절한 대응도 조사대상에 포함하기 위해서다.

또 법무부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성희롱 등 여부 판단, 행위자에 대한 형사절차 및 징계요구, 소속기관의 재발방지대책 수립 권고 등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성평등위는 성(性)인지적 감수성을 가진 외부전문가 70% 이상이 참여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게 구성하게 했다. 법무·검찰 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기 점검·감독권한도 부여했다.

소문유포·인사 불이익 등 2차피해 방지를 위해선 고충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하고 행동수칙을 마련할 것이 권고됐다. 성희롱 관련 고충사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대책위는 지난 2월13일부터 5월12일까지 이같은 실태조사를 비롯해 간담회 24회, 핫라인 신고센터 운영, 전국 성폭력전담검사 39명이 참석한 워크숍 등 제1기 활동을 진행했다. 이 중 핫라인 신고센터는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6월15일까지 열어둔다. 향후 제2기 활동에선 성범죄의 근본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남성직원 간담회를 기관별로 2회 배치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대책위는 검찰과 법무부에서 최근 5년간 일어난 성 비위 의혹을 내부감찰한 사건 130건에 대한 특정감사를  8~14일 실시했고, 이 결과에 기초한 제도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smith@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