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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담화로 본 北의 진짜 속내…비핵화 美 방식에 불만?

'리비아식 비핵화'에 강한 거부감 표출
美인권·생화학 무기 등 의제 확대에 부담 느낀 듯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18-05-16 16:25 송고 | 2018-05-16 21:47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북한이 16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한 이후 나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비난' 담화는 '미국에 보내는 북한의 메시지'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담화문에 따르면 김 제1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미국의 강경 발언을 언급했다.

이어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에 가져다 두고 후에 보상하는 리비아식 핵 폐기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제1부상은 '선 폐기, 후 보상'으로 요약되는 리비아 방식의 비핵화를 주장한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한 가운데 나온 김 제1부상의 이번 담화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폐기 방식을 두고 잘 풀리지 않는 북미 간 협상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시도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볼턴의 방식을 택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미국의 민간자본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체제 보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 북한이 이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수 있다.

아울러 김 제1부상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대목은 미국이 생화학무기 폐기, 일본인 납치자 문제 거론 등 대북 강경 입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도 풀이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에 이어 이번 담화까지 낸 것은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 제고의 뜻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싱가포르라는 자신들이 통제하기 힘든 곳으로 가야 하는 데다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인권, 생화학무기 폐기 등 많은 것을 끼워넣으려 하니 불안함을 느낀 것 같다"며 "북한이 정상회담 전 변수를 통제하려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 제1부상의 담화를 고위급회담 연기와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는 남측을 겨냥한 것이고 담화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다는 해석이다.


eggod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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