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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석은 외국인 천지…손자회사 '타스' 수수료 장사 탓?

"5년 계약 외국인 조종사, 19년 일하는 내국인 밀어내"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8-04-30 14:10 송고 | 2018-04-30 18:21 최종수정
TAS CI. © News1
TAS CI. © News1

대한항공에서 최근 수년간 계속된 내국인 조종사의 이탈의 배경에는 계열사인 타스(TAS·Total Aviation Service)를 이용한 외국인 조종사 파견이 있다는 게 전·현직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대한항공 계열사는 외국인 조종사 파견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반면 내국인 조종사들은 역차별에 시달리다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의혹이다.
◇ 대한항공, 기장급 조종사 외국인 채용비율 유독 높아

29일 한국항공협회와 국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63명의 내국인 조종사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에서는 167명의 조종사가 퇴직하는 데 그쳤다.

내국인 조종사가 떠난 빈자리는 외국인 조종사들이 채운다. 대한항공은 300~400명 수준의 외국인 조종사 채용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외국인 조종사는 특히 기장급 조종사에 집중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기장 중 외국인 조종사 비율은 약 33% 수준이다. 부기장은 3%에 그친다. 채용되는 외국인 조종사는 대부분 기장이라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외국인 기장의 비율이 21% 수준이다.
내국인 조종사들은 내국인 부기장의 기장 승진이 적체상황인데도 회사 측이 외국인 기장을 이용해 기장급 인원을 채우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처우와 승진에서 밀려나고 있는 내국인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년 동안 대한항공에서 퇴직한 내국인 조종사 수는 총 363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퇴직 내국인 조종사 수의 두 배다.

한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는 자리를 외국인 조종사를 들여와 채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동료들이 사표를 많이 냈다"며 "노조활동에서 빠지고 회사 측의 말을 잘 듣는 소수의 부기장들 위주로 기장 승진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 관계사인 타스를 통해 외국인 기장을 계속 충원하다 보니 내국인 기장의 양성에는 관심이 없다"며 "기장 승진을 위한 교육도 외국인 부기장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 조종사 5년 근무 뒤 대부분 떠나…"근무조건도 좋아 내국인 역차별"

문제는 이렇게 채용되는 외국인 조종사의 근속연수도 내국인 조종사에 비해 상당히 짧다는 점이다. 회사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키워놓지만 외국인 조종사 대부분은 파견계약 기간인 5년을 채우면 다른 항공사로 떠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외국인 조종사 근속연수는 지난 2015년 기준 5년에 불과하다. 내국인 조종사는 16년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외국인조종사 대부분을 손자회사인 타스를 통해 파견받아 채용한다. 타스는 대한항공의 미국 내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Hanjin Int'l Corp.)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대한항공이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하고 수수료를 타스에 지급하는 구조다. 수수료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다.

뉴스1 확인 결과 타스는 5년 계약을 기본으로 조종사를 채용해 대한항공에 파견하고 있다. 기장의 경우 65세, 부기장은 55세까지 계약연장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5년만 일하고 떠난다.

이들에게는 매월 9일간의 휴가가 주어지며, 장기휴가는 16일까지 가능하다. 숙박은 서울 등 각국에서 5성급 호텔이 제공된다. 급여수준도 내국인 조종사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대한항공의 외국인 조종사 채용이 파견법 위반이라는 노동부의 고발에 대해 "파견법은 근로조건이 열악한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며 외국인 조종사는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파견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한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는 "회사는 외국인 조종사가 짧게 근무할수록 타스를 통해 파견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내국인 조종사의 육성에 힘을 쏟지 않는다"며 "회사는 밝히지 않지만 외국인 조종사 한 명 당 수천만원 수준의 수수료가 타스에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타스를 포함해 3개 업체를 통해 외국인 조종사를 공급받고 있다"며 "용역비에는 조종사 임금과 용역 수수료가 모두 포함됐는데 실제 수수료는 수백달러에 불과하고 3개 회사에 동일한 단가의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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