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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복지? 동물복지?…강동구청 길고양이 쉼터 놓고 '갈등'

노조측 "악취 심해, 쉼터 이전해라"…쉼터측 "시대적 역발상"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8-04-26 16:10 송고 | 2018-04-26 16:36 최종수정
25일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청사 옥상에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에서 한 고양이가 쉬고 있는 모습.© News1 이기림 기자
25일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청사 옥상에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에서 한 고양이가 쉬고 있는 모습.© News1 이기림 기자

"고양이 복지가 먼저냐, 사람 복지가 먼저냐." 동물복지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청이 길고양이 쉼터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별관청사 옥상에 설치한 길고양이 쉼터를 노동조합에서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강동구청공무원노조는 최근 길고양이 쉼터 시설물 이전을 구청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이 길고양이 쉼터는 지난해 2월 성안별관청사 옥상에 설치한 것이다. 이 옥상은 원래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됐는데 길고양이 쉼터가 되면서 고양이 분비물로 인한 악취와 털날림 그리고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민원이 쇄도해 노조가 나섰다.

문제는 이 쉼터가 강동구 대표사업인 동물복지정책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강동구는 지난 2012년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임시보호소에서 길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해 2013년 전국 최초로 공공건물과 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옥상 쉼터 설치도 그 일환. 현재 이 쉼터에 사는 고양이는 약 15마리로 미우캣보호협회 등 봉사자들이 돌보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견 문제 해소를 위해 지자체 최초 카페형 유기동물센터인 리본도 설치하면서 강동구의 이같은 성과에 공감하고 칭찬하는 의견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동물이 왜 사람보다 먼저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측은 쉼터 설치 이후 직원 민원이 지속됐고, 한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백남식 노조위원장은 "처음엔 동물을 좋아하는 공무원들끼리 가서 밥을 주며 귀여워했고, 싫어하는 사람에겐 고양이가 얼마되지 않으니 참아달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제한된 공간에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비오는 날에는 1층까지 냄새가 날 정도고, 일부는 알레르기 때문에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서 더이상 못참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일부에서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업적 깎아내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어쩌다보니 타이밍이 맞은 것일 뿐"이라며 "5개과 260명이 있는 성내별관 공무원 대부분 기술직렬이다보니 소외받는 측면도 있어 직렬간 트러블도 유발하고, 옥상이 소통공간으로 이용되지 못해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청사 옥상에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에서 고양이들이 놀고 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25일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청사 옥상에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에서 고양이들이 놀고 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그러나 캣맘들의 입장은 다르다. 김미자 미우캣보호협회 대표와 김윤희 단잠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길고양이와 캣맘 혐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강동구는 동물복지정책에 힘입어 주민들의 시선이 달라졌고, 문제도 개선됐다"며 "직원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공무원이라면 지역사회문제 개선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동물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구 관계자도 "길고양이 쉼터 설치로 관련민원 90%가 줄어드는 등 장점이 많은데도 이를 무시하고 본인들의 주장만 요구하는 건 문제"라며 "노조측의 주장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최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부구청장 주관 회의도 있었지만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시 쉼터측은 '옥상에 담 설치해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간을 분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측은 반대하면서 5월 둘째주까지 이전되지 않으면 직접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측은 근무직원이 적은 구민회관 옥상이나 그린벨트지역인 일자산에 간이시설을 설치해 이전하라는 대안도 구두로 제시했다며 이전 불가 주장은 핑계라고 했다. 그러나 쉼터측은 대안에 대해 들은 사람이 없고,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대안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쉼터 관계자는 "충분히 협의 하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텐데 무조건 쉼터 이전을 요구하는 건 사람복지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불편함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다른 어떤 장소로 옮겨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기기 마련이고, 좋은 방안이 있기 전까지는 현상유지하면서 사람과 동물의 복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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