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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정은, 어떻게 판을 만들었나

[김정은 탐구]下 최대 약점은 출생…"후지산 혈통"
최근 180° 바뀐 평가, "미치광이"→"게임 플레이어"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8-04-26 08:00 송고 | 2018-04-26 10:28 최종수정
편집자주 27일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2018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이번 회담의 키를 쥔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북한 체제 특성으로 미뤄 그의 결심이 회담의 성과를 결정할 것이다.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후 집권 6년만에 북한을 위한 변화에 시동을 건 김정은 위원장을 집중 파헤쳐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27일 전 세계 대중들에 사실상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그 수식어에 걸맞게 정확히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미국, 한국 등 정보당국이 탈북자 증언 등을 토대로 수집한 정보를 통해 추측한 내용이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은 1984년 1월 8일 평양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그의 셋째 부인 고용희(고영희) 사이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에릭 클랩턴 광팬으로 알려진 김정철이 친형이고 여동생으로는 평창올림픽 당시 방남한 김여정이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은 그의 이복형이다.

16세 때 스위스로 유학가 공립학교를 다녔고 이후 귀국해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다. 이전까진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8년 아버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계자'로 본격 등장했다. 이후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뒤 모든 권력을 넘겨받아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생모인 고용희가 북송재일교포란 점이 꼽힌다. 195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용희는 조총련 간부 출신 고경택의 딸로 10살 때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후 평양에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다 김정일의 눈에 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백두산의 혈통’이 아니라 ‘후지산의 혈통'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한다. 집권 이후 줄곧 '백두 혈통'을 내세우고 있는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이 아버지나 할아버지에 비해 더딘 것도 이 같은 출생배경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이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불리며 북한 최대 명절로 치러지고 있는 데 반해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은 아직까지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반국가 혐의'로 처형시켜 공포정치를 하고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언론이나 전문가 다수는 그가 '즉흥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숙청작업을 단행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를 '전쟁광','미치광이'등으로 묘사해왔다.

"서울 불바다","남조선의 사등뼈(척추)를 부러뜨리고 타고 앉으라”는 그의 대남위협도 이를 부추겼다.

이런 이미지는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을 경고한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북한도 괌 포위사격 등을 위협하며 북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최근 유화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은 그가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 역시 미국과 협상을 통해 보상을 얻어낸 뒤 은밀히 핵개발을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맞서 김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의 변화와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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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2018' 전문가 토론에서 "김정은의 최근 코멘트를 보면 상당히 실용적인 인물로 보인다"며 "매우 전력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최근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과 북중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천명은 그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인물임을 보여준다"며 "북한 개방에 나서는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언론들의 평가도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 BBC는 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한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던 북미정상회담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의 협상 능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장성택 등의 숙청과정도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받은 권력을 공고히 하고 북한 내부를 장악하는 치열한 과정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콴셍 자오 아메리칸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산플래넘에서 "김정은은 게임 플레이 면에서 상당한 전문가"라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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