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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청송 이어 포항 농약 고등어탕 '충격'…극단적 범행 왜?

(포항=뉴스1) 피재윤 기자 | 2018-04-24 07:00 송고 | 2018-04-24 09:13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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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시골마을이 '살충제 고등어탕' 사건에 휘말리며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 23일 오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A씨(68·여)가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자 혼란은 충격으로 변했다.

◇경북에서 3차례 발생…강한 연대의식 탓 '소외감'이 범행동기로

마을 주민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독극물 투입 사건은 경북에서만 최근 3년간 3번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농촌지역에서 일어난 이같은 극단적인 범행에 대해 '소외감' 등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농촌은 도시보다 구성원들 간에 상당한 유기적 공동체 의식이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소외될 경우 소외감은 더 강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어떤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모욕이나 소외감을 준 사람들에게 보복하는 방법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5년 7월 상주시 공성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은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B씨(당시 83·여)는 사상자들과 한 마을에 살고 있었던 평범한 주민이었다.

B씨는 사법부와 국민참여재판 등에서 무죄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B씨가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와 사건 당일 입은 옷 등에서 범행에 사용된 농약과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

또 B씨의 집 근처 대나무 숲에서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이 발견됐는데 농약 사이다 병의 뚜껑이 자양강장제 병과 일치했고, 사이다에서도 같은 성분의 농약이 발견됐다.

자양강장제 병의 유통기간도 B씨 집 안에 보관 중인 병과 동일했다.

B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들과 함께 있었는데도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고, 또 신고도 하지 않아 경찰의 의심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청송 농약소주' 사건이다.

이 사건은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셔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다.

이들이 마시다 남긴 소주와 소주잔 등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달리 전방위 수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마을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해 '농약소주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는 과정에서 C씨(당시 74)가 음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결과 C씨의 몸에서 농약 성분이 발견됐고, 이 농약이 마을회관 소주에서 발견된 농약과 성분까지 일치한 것으로 밝혀지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C씨가 심리적 부담을 느낀 정황도 경찰의 탐문수사에서 속속 밝혀졌지만 C씨가 숨지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포항 마을, 고등어탕에 농약 살포…마을주민 사이에서 '따돌림' 의혹

청송 농약소주 발생 2년여 만인 지난 21일 포항시 남구의 한 마을공동작업장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주민들의 점심 식사로 제공될 고등어탕에 살충제 성분의 농약을 넣은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탕을 맛 본 부녀회원이 심한 악취와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어탕은 주민 20~3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자칫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경찰은 공동작업장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에서 마을 주민 A씨가 사건 시간대 작업장 주변을 오가는 모습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CCTV영상에 대해 횡설수설하며 정확한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마을 부녀회장직을 그만둔 후 새로 선출된 부녀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A씨가 '왕따를 당했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ssana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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