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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통계 '불신의 늪'에 빠지다…"믿고 세금 내겠나"

[위기의 감정원]② 같은 주택가격 통계 '들쭉날쭉'
국제적 망신 '감정원 통계'…통계수출이 목표?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18-04-23 05:00 송고 | 2018-04-23 11:24 최종수정
 2018.1.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보유세 등 부동산과세와 주택정책의 기준점이 되는 감정원의 통계업무가 불신의 늪에 빠졌다. 같은 주제로 집계한 주택가격이 큰 폭의 편차를 보이는 등 통계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지난 1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는 재산세 등 과세자료나 복지분야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전국 개별단독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일종의 '샘플' 역할을 한다. 정부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해당 지자체들이 인근에 유사한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는 기준으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가 오르면 전국 개별 단독주택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날 발표한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전년에 비해 5.51% 상승했다. 제주지역의 상승률이 둔화된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의 영향으로 서울이 8% 가까이 오르며 전국 집값 상승률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감정원이 생산한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의 단독주택 집값 상승률은 2.84%로 집계됐다. 같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측정했음에도 표준단독주택 상승률과 비교하면 2.67%p 낮다. 결국 같은 기관에서 집계한 단독주택 가격자료 중 과세기준이 되는 자료의 수치가 그렇지 않은 자료에 비해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는 자칫 부동산과세를 부담하는 가구주의 조세저항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다.

◇주택가격에서 임대동향조사까지…'고무줄' 감정원 통계

국토부와 감정원은 이에 대해 "표본집단의 범위가 각각 22만가구와 4800가구로 차이가 난다"며 "또 통계산식이나 집계방식의 차이가 수치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기존 통계의 경우 주마다 나온 수치를 합해 연간 통계로 만들기 때문에 과소측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경우라도 유사한 궤적을 보여야 할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과 단독주택 집값 상승률의 추이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6년 단독주택 집값 상승률은 5.12%로 2007년 1월1일 기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6.02%)과의 차이는 0.9%p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4년의 경우 두 지표의 편차는 3.53%p에 달한다.
특히 2010년 이후 두 지표의 편차는 △2011년 2.84%p △2012년 1.63%p △2013년 3.29%p △2014년 3.53%p △2015년 2.95%p △2016년 3.99%p 등 불규칙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정확한 상승률을 판단할 기준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감정원 통계에 대한 지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정원의 임대동향조사의 통계부실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감정원이 2002년부터 임대동향조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규모 상가의 경우 전체의 0.4% 표본만 조사를 하고 있어 정확한 실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상권이 주로 핵심상권 위주로 설계돼 소상공인 정책 수립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활용하기 어렵다며 "표본수가 너무 적어 활용할 수 없는 통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국제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세계은행이 주최한 '토지와 빈곤(Land and Poverty)' 콘퍼런스에서다. '토지와 빈곤' 콘퍼런스는 전 세계 토지·부동산·주거 문제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행사다.  

◇"자격없는 조사원이 통계조사"…국제회의서 지적 받기도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시가격이 조세정의를 왜곡하고 납세자 권리를 침해한다"며 "현재 감정원에서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는 일반 조사원들이 데이터를 모으고 실거래가 또한 친·인척 간 거래인지, 투기 거래인지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확한 데이터를 기초로 한 대량산정모형은 부실할 수밖에 없어 조세정의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당시 회의에선 채미옥 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한국 부동산 공시가격의 대량산정모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부동산 과세표준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조한 터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정 교수의 지적은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이에 앞서 김학규 감정원장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감정원의 목표에 대해 '한국형 공시가격 시스템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부실 통계와 국제적으로 망신을 산 감정원 통계의 실상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감정원의 이 같은 통계논란이 능력과 규모에 비해 문어발식으로 확대되고 있는 업무영역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 정책에 호응하는 각종 부수사업을 떠맡다 보니 본연의 통계영역 업무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감정원이 내놓은 수도권 지역의 실거래가 데이터가 평균 10% 이상, 제주지역은 40% 이상이 누락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감사원 감사결과에선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이뤄진 감정원 공동주택 현장조사 25%의 출장기록이 없었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감정원의 통계지적은 일부 표본 등의 차이에 기인한 것일 뿐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 감정평가사는 "감정원의 통계작업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감정평가사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등 통계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h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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