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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학습 출발점 같게 만들어 주는 게 초 1교실 목표"

'한글교육 책임제' 초1부터 체계적인 한글교육
한글교육 26시간→72시간 확대

(화천=뉴스1) 홍성우 기자 | 2018-04-21 08:00 송고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을 받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을 받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입 앞에 손바닥을 대어보고 ‘ㅌ’ 소리를 내어봅시다. 바람이 느껴지나요?”

‘트트트트트트트’ 학생들은 일제히 ‘트’를 연발하며 “침이 튀었어요”, “나도 튀었어~” “이게 소리에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깔깔댔다. 산만했지만 수업 집중도는 높았다.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한글교육 수업 광경이다. 입학한 지 한 달이 넘은 4월 중순쯤이면 받아쓰기가 진행돼야 하지만 이 학교는 한글 자음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학교의 받아쓰기는 1학년 학생들이 한글을 다 뗀 이후인 2학기부터 시작된다.

취학 전 한글을 떼고,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쓰기와 읽기 교육이 본격 이뤄진 예전 교육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교구를 이용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교구를 이용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1학년 담임인 이혜원 교사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각종 교구와 재미있는 소재로 아이들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 냈고 아이들은 몸과 손을 써가며 적극적이었다. 한글을 처음 배운다는 김종은 학생(8)은 “어려운데 재미있다”고 했다.

이 수업은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으로 강원도교육청의 핵심정책이다. 취학 전 한글교육을 못 받은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줌으로써 학습 출발점을 같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 교사는 “자기 이름만 읽고 쓸 수 있는 학생들과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공존하는 1학년 학생들의 학습 출발점을 같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글 해득 능력은 기초학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과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주는 출발선이다.
도교육청은 한글을 완전히 깨우칠 수 있도록 한글교육 시간을 27시간에서 62시간으로 확대하고 1학년 초에 모두 활용하도록 했다.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글자 자체를 외우는 것이 아닌 자음과 모음의 소리값을 알고 쓰는 순서, 자음과 모음의 합성을 통해 한글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교구를 이용해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교구를 이용해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모음부터 자음까지 체계적 한글 교육에 대해 학부모도 반긴다. 남편의 농촌 일을 돕는 학부모 박모씨(39)는 “한글을 못 깨우쳐주고 입학시켜 수업을 못 따라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한글교육 책임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교사와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서의 체계적인 한글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취학 전 한글을 떼고 입학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학습 격차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뇌 성숙이 어느 정도 이뤄진 초등학교 입학한 후 체계적 교육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공정한 출발 보장은 교육기본법에도 규정돼 있다. 이 법 4조의 2항을 보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가 단지 ‘취학’의 권리와 기회만 보장하는 것이 아닌 교육의 결과까지 고려하면서 적절한 교육 여건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무를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교육청의 한글교육 책임제는 유럽의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사후 처방과 교정에서 사전 예방과 조기 개입으로 한글·기초학력 책임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이낙종 도교육청 초등교육과정담당은 “유아기 때는 책을 읽어주거나 대화를 통해 읽기, 쓰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초1부터 체계적이고 명시적인 읽기, 쓰기 교육을 하는 것이 중학교 이후까지 높은 수준의 읽기이해능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처음 배운 한글을 쓰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에서 처음 배운 한글을 쓰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하지만 한글 해득 능력이 상이한 아이들이 함께 있는 교실에서의 ‘한글교육 책임제’는 쉽지만은 않다.

이혜원 교사는 “한글 해독 능력이 상이한 학생들을 상대로 재미있는 소재와 게임형식의 수업 방식이 효과적이나 다양한 수업방식을 구안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미 한글을 깨우치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미안함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한글교육 책임제로 인해 취학 전 사교육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 정책과 연계해 북스타트 독서활동, 책 읽는 입학식, 그림책 읽어주기, 학생·학부모 독서동아리, 교사 독서교육연구회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한글교육 책임제’는 ‘공정한 출발을 위해 학교가 한글교육을 책임진다’라는 비전으로 2016년 한글날 발표된 이후 교사 연수, 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첫 연구학교(화천·양구)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는 ‘한글교육 책임제’ 기본-심화-전문과 과정을 모두 이수한 교사는 10명이다. 올해는 19명이 전문가 과정에 참여했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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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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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을 받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9일 강원 화천군 용암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글교육 책임제' 수업을 받고 있다.2018.4.20/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hsw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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