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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샐러리맨의 직장생활 백계명

박해룡의 '직장생활, 나는 잘 하고 있을까?'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04-19 08:15 송고
책 직장생활, 나는 잘 하고 있을까 표지
책 직장생활, 나는 잘 하고 있을까 표지

주기적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어느 재벌가 '꼰대'의 20대 딸을 길거리에서 맞닥뜨린 나이 60대 계열사 임원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절을 올리는' 장면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충격적이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가정교육 없이 막 자란 젊은이보다 그 임원에게 더 화가 난다. '나 같으면 때려치우고 말겠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다녀야 하나? 자존심이 없어도 분수가 있지'란 문장이 금세 머리를 채운다.

그러나 문장은 쉬워도 행동은 어려운 법. 그 임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게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에겐 아직 학비를 대야 할 대학생 자녀가 있다. 앞으로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한다. 은퇴 하면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돈도 좀 모아놓아야 한다. 거기다 연로한 부모님 병수발에 늘 돈이 쪼들리는 상황일 수도 있다. 물론 정반대일 수도 있다. 나이 불문 그녀에게만 잘 보이면 '사장'이라는 고지에 쉽게 오를 수도 있고, 찍히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데 삼두고배(三頭叩拜)인들 못하겠는가. 그래저래 '사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생'(윤태호 지음)의 국민 신입사원, 불멸의 '장그래'가 뜬 이유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者), 미생(未生)은 원래 바둑판 용어다. 미처 두 집을 짓지 못해 생사가 불투명한 대마(大馬)를 뜻한다. 비정규직, 인턴 사원, 초보사원으로 '버벅대는' 흙수저 장그래의 생사불투명 대마 신세의 애환이 모든 샐러리맨들과 을(乙)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애환이 있으면 대안도 있어야 하는 법. 박해룡의 신간 '직장생활, 나는 잘 하고 있을까?'가 대안이다. 박해룡 이 사람 보통이 아니다. LS산전㈜ 인사 담당 임원이었을 때 8년 4개월 동안 2주 걸러 1회씩 216번에 걸쳐 꼬박꼬박 전 직원에게 '알쓸직잡'(알아두면 쓸 데 많은 직장인 잡학사전)을 글로 내보냈다. 단 한 주도 빠짐 없이 7년 4개월을 써 온 '최보기의 책보기'보다 1년이나 더 길다. 매주 의무적으로 정해진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한 번도 거르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더구나 그 일이 저자에게는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이었으니….

우리는 대부분 3C가 갖춰진 직장을 찾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전문성(Career), 월급도 많이 받고 승진도 잘 되는 보상(Compensation), 일할 맛 나는 직장문화(Culture)가 3C다. 애당초 꿈 깰 일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다 갖춘 직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니 그 세 가지 중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가중치를 더 두고 나머지 부분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만족하는 것이 직장생활 행복의 길'이라고 충고한다.

때린 사람은 잊어도 맞은 사람은 잊지 않는다. 일도 그렇다. 지시를 받은 사람은 잊어도 시킨 사람은 필요해서 시켰으므로 절대 잊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명확해 까맣게 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고약한 오너 딸에게 제대로 걸리면 매실액 가득 찬 컵이 내 얼굴로 날아올 수도 있다. 일을 지시 받으면 일단 '메모'하고, 지시한 사람을 만나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가능한 빨리 보고서를 내는 것이 직장생활 편히 하는 법 중 하나다. 각설,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사장까지 해보고 싶은 '가상한' 꿈을 가진 직장인이라면, 언제든 수 틀리면 사표를 던져도 오라는 곳 많은 실력가가 되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직장생활, 나는 잘 하고 있을까? / 박해룡 지음 / 플랜비디자인 출판 / 1만7000원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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