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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존' 꿈꾸는 쿠팡, 6천억원 적자에 '자본잠식'…괜찮나

(상보)치킨게임으로 투자금 '바닥'…'돈 먹는 하마' 된 이커머스
매출 늘어도 적자 지속…자금수혈 '관건'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8-04-16 15:52 송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지난해 2조원대의 매출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위메프와 티몬이 적자를 줄인 것과 달리 홀로 손실이 늘었다.

버는 돈보다 사업 확장으로 나간 돈이 더 컸다. 미국 본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이마저도 신규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쿠팡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경우 버틸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은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다면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아마존?…쿠팡, 매출 늘었지만 적자 확대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6846억원으로, 1년 전(1조9159억원)보다 40.1%(7686억원) 늘었다.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문제는 영업손실이다. 지난해 63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5653억원)보다 적자가 13% 늘었다. 위메프와 티몬이 영업손실액을 각각 34.4%, 27.1% 줄인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그나마 영업손실률을 29.5%에서 23.8%로 줄인 것이 성과다. 영업손실률은 티몬이 32.3%로 가장 컸다. 위메프는 8.8%를 기록했다.

적자가 늘면서 쿠팡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611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갚아야 할 돈인 부채총계는 1조3337억원으로, 자산총계(1조726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9863억원에 달했다.

부채가 늘면서 이자 등으로 나간 금융비용은 지난해 418억원까지 커졌다. 1년 전(139억원)보다 200% 넘게 증가한 수치다.

한 회계사는 "언제까지 대출과 증자로 연명할거냐"며 "비용 절감으로 흑자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비용을 줄이면 서비스 질 하락과 최저가 경쟁에서 밀려 매출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치킨게임을 누가 먼저 포기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지금은 사업을 키우고, 외형을 확대하는 시기라고 답했다. 일단 매출을 늘린 후 나중에 이익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News1
쿠팡 로켓배송 이미지© News1

◇"투자, 투자, 투자"…'돈 먹는 하마' 된 이커머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쿠팡은 올해 대주주인 '쿠팡LLC'로부터 약 5100억원을 증자 형태로 수혈받았다. 기말 기준 3030억원에 불과하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잔액은 현재 약 813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충한 자금은 다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쿠팡은 현재 전기화물차 도입을 통한 '제3자물류사업'(택배사업) 진출을 내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구매해 판매한 상품에 적용하던 '로켓배송'을 택배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이익 개선이 가능하지만, 당장 초기 자본 부담부터 넘어야 한다. 이번에 증자로 얻은 자금도 택배 등 신규사업 투자에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객은 수백만가지의 상품 중 원하는 상품을 매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99.7% 하루 이내에 바로 받아볼 수 있다"며 "앞으로 상품 셀렉션을 끊임없이 확대할 것이며, 빠르고 편한 로켓배송과 결합해 스트레스 없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의 끝이 어딘지, 언제쯤 이익을 낼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쿠팡을 비롯해 위메프, 티몬, 이베이(G마켓·옥션), SK플래닛(11번가) 등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쪽이 무너져야 할인 폭을 줄이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할인 폭을 줄이면 언제든 신규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어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회계사는 "이커머스는 지금까지 성장성으로 거액의 투자를 받아왔다"면서도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자신들의 유통채널에 묶어둘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투자금 마련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도 한계가 있다"며 "적자가 길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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